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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빠진 `1박2일` `엄순딩`의 반란

양승준 기자I 2011.10.11 08:25:30

넘어지고 따지고..엄태웅 맞아?
"내 위주로 해"..은지원 "말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어?"
`1박2일` 적응기 지나 몰입기로

▲ 엄태웅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엄순딩` 엄태웅(37)이 변했다. 몸 개그도 하고 또박또박 말대답도 했다. "내 위주로 해 이제!" 심지어 진행 욕심까지 부렸다.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을 떠난 지 방송 2주째. 그 변화의 물결 속에 가장 도드라진 건 엄태웅의 반란이었다. "개그가 안 되면 몸으로!" 엄태웅이 오프닝 촬영과 동시에 가방을 멘 채 땅바닥에 등을 대고 넘어졌다.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이승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태웅 매니저에 따르면 이는 엄태웅이 현장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한 즉석 애드리브다. 엄태웅은 촬영 시작 3분 만에 오프닝 멘트도 했고 "오늘 어디로 가나요?"라며 제작진을 보채기도 했다. "엄태웅 형이 오프닝 하면서 이렇게 빨리 입을 뗀 건 처음인 것 같다." 이수근도 놀랐다. 지난 2월 `1박2일`에 합류, 8개월 동안 묵묵히 멤버들의 뒤에서 `부처님 웃음`만 짓고 관망하던 그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 엄태웅

제작진이 깔아준 멍석은 엄태웅이 `예능 옹알이`를 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제작진은 지난 9일 방송에서 다섯 멤버들의 단점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엄태웅에게 `1분 토론` 미션을 줬다. 엄태웅이 평소 너무 수줍어하고 의사 표현을 제대로 안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엄태웅은 `우리는 왜 나영석 PD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두고 유정아 PD와 열띤 토론을 벌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도 했다. 유 PD가 던지는 기습 질문도 능숙하게 받아넘겼다. "아니, 그동안 말하고 싶은 거 어떻게 참았어?" 은지원이 놀라며 신기해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도 ``엄포스` 캐릭터가 이제 슬슬 나오는 거냐?` `엄태웅이 드디어 입을 뗐다` ``엄순딩`이 아니라 카리스마 `엄교수`의 탄생` 이라며 호응했다.
▲ 엄태웅
제작진도 엄태웅의 변화를 흥미로워했다. 나영석 PD도 "아무래도 강호동이 부재인 상황이니 다섯 멤버 모두 그만큼 위기감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긴장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 거 같다"고 봤다.

엄태웅의 변화를 그가 `1박2일`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고 있는 결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엄태웅이 `1박2일` 적응의 시기를 지나 이제 몰입의 시기로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나 PD는 "엄태웅이 강호동이나 이수근처럼 재미의 DNA를 타고난 사람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엄태웅이 얼마나 이 상황(리얼버라이어티)에 몰입할 수 있느냐였다"라며 "엄태웅이 워낙 착하고 순진한 캐릭터라 그간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제 예능이란 낯선 벽이 허물어지면서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는 말도 앞서 한 바 있다.

데뷔 14년 만에 배우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엄태웅. 그는 `1박2일` 합류에 대해 "서른일곱에 지금 아니면 이런 재미있는 걸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위해 `예능 초보`의 굴욕도 감수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법. "내가 즐기면서도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보여주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라는 엄태웅이 앞으로 `1박2일`에서 어떤 `날 모습`을 보여줄지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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