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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야신, 눈물로 붙잡는 SK 팬들

박은별 기자I 2011.08.18 08:32:42

[문학=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팬들을 무시하는 프런트는 각성하라."

17일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김성근 SK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접한 팬들이 외친 항의성 구호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 한 시간전, 자진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시즌까지만 감독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SK 팬들에게는 충격이 더 컸다. 갑작스럽게 알려진 사퇴 소식에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경기가 한창인 중반. 관중석에서는 여성팬들의 구호가 크게 들려왔다. 여성팬들은 관중석 중간에 일렬로 서서 '팬들을 무시하는 프런트는 각성하라'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끝내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감독의 연임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더 커져만 갔다.

구단의 제지로 '팬들을 무시하는 프런트는 각성하라'라는 구호대신 '김성근', '사랑해요 김성근'을 연호해야 했지만 어찌됐건 이유는 같았다. 김 감독의 연임을 바라는 것이었다.

한 팬은 "우리는 절실하게 김 감독을 원했다. 하지만 구단은 감독과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는 감독은 물론 팬들까지 무시하는 처사"라며 재계약 불발의 책임을 SK 프런트에 돌렸다.

이어 "프런트가 착각하고 있다. 야구 인기가 좋으니 감독님이 없어도 사람이 그냥 야구장에 차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팬은 "최근 SK는 홈페이지 게시판까지 폐쇄하며 팬들의 목소리를 막았는데 감독님의 사퇴를 예견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차리리 애인을 떠나보내는게 덜 마음이 아프겠다"며 "김성근 감독때문에 야구를, SK를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왜 SK를 사랑했었나 싶다. 시즌권도 반납하고 싶은 기분이다"고 한 목소리로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팬들의 항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8회초에는 한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 입고 있던 SK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 외야 좌측 관중석에는 '구단의 밥그릇 싸움에 팬들은 지쳐간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뿔난 마음을 전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팬들은 차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50여명의 팬들은 큼지막한 플래카드에 '당신들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글귀와 함께, 구단 관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 개개인의 얼굴에서는 분노와 슬픔, 실망감이 역력했다.

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18일 경기에 앞서 마스크와 검은 리본 착용하고 경기장 모이자는 메시지 돌리고 있고, 경기가 끝난 후 원정으로 향하는 버스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여러모로 '김성근 감독 사퇴' 사건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모양새다.

김 감독은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던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SK를 만원관중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부임 첫 해보다 3배 가까운 팬이 늘었다.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은 올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난다. SK팬들의 마음도 하나 둘 떠나가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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