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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포츠 리더] 유영구 KBO총재

조선일보 기자I 2010.03.12 08:16:15

"끊임없는 머리 싸움, 야구나 인생이나 매한가지"

[조선일보 제공] KBO(한국야구위원회) 유영구 총재는 작년 초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 수장(首長)이 됐다. 일부 여권(與圈) 인사들이 '유영구 카드'에 반대했지만, 청와대의 뜻은 결국 유 총재로 모아졌다. 정부 일각에선 그에게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야구가 좋을 뿐 자리 욕심은 없다"고 유 총재는 KBO를 선택했다.

지난달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유 총재는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피곤해도 야구 얘기만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각 구단 감독들과도 언제든 토론할 생각입니다. 제가 실전은 절대 안 되지만, 야구 지식만큼은 많이 뒤지지 않을 겁니다."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낸 유 총재의 야구사랑은 유별나다.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기지만 보는 스포츠로는 야구가 최고"라고 한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에요. 위기가 지나가면 기회가 오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머리싸움이 야구의 매력 중 하나죠."

70년대 실업야구 시절부터 '야구광'이었던 그는 90년 LG 트윈스 고문에 이어 2003년엔 KBO 고문을 맡았다. 서울 돔구장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경험 때문인지, KBO 총재가 된 지난해 그는 국내 돔구장 추진에 매달렸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유 총재는 "어떻게든 돌파하겠다"며 선거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쉴 새 없이 프로야구 활성화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도 유 총재의 특징이다. 지난해엔 야구 인프라 확충과 심판 자질 향상에 앞장섰다. 그 결과 강진·포항·고양·익산 등의 야구장 건설이 확정됐고, 6개월 코스의 정규 심판 학교도 출범했다.

올해는 '그린 베이스볼'과 2군 활성화의 기치를 들었다.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그린 베이스볼'은 "국민의 프로야구 사랑에 보답하자"는 차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유 총재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공인(公人)"이라며 프로야구 계약서에 선수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포함하게 했다. 올해부터 2군에도 도시 연고제를 도입하고 월요일 경기를 중계하는 2군 활성화 프로젝트, 가족단위 팬들에게 크게 인기를 얻은 우수응원 시상제도 또한 유 총재의 작품이다. 유 총재의 쉬지 않는 아이디어 때문에 직원들이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는 것이 요즘 KBO의 분위기이다.

"내년이 프로야구 출범 30번째 시즌이고, 올 시즌 통산 관중 1억명을 돌파할 예정입니다. 지금 프로야구가 인기 있다고 안주하면 안 되죠." 유 총재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엔 프로야구 관중이 크게 준다고 하지만, KBO와 각 구단이 최고의 팬서비스를 동원해서 650만 관중 목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은 사상 최대인 592만명이었다.

● 유영구 총재는

▲1946년 10월 3일 대전 출생 ▲경기고-연세대 ▲프로야구 LG트윈스 고문(1990) ▲명지학원 이사장(1992) ▲KBO(한국야구위원회) 고문(2003) ▲서울돔구장건립추진위원장(2003) ▲대한체육회 부회장(2005) ▲국민훈장 동백장(2007) ▲KBO 총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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