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작은 거인'이 다시 한판승 사냥에 나선다. 최민호(29·한국마사회)가 26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막하는 2009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60㎏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섯 판을 모두 '한판' 기술로 장식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남자 선수로는 올림픽 사상 첫 전 경기 한판승이었다. 여자부에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조민선이 5경기를 모두 한판(누르기 세 판·안다리 후리기 두 판)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건 적이 있었다.
최민호가 국민에게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그의 압도적인 힘과 기량 때문이었다. 5경기를 끝내는 데 총 7분40초, 평균 9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5분간 치러지는 매 경기의 3분의 1(100초)도 지나기 전에 상대를 눕혔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던 이원희(한국마사회)도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4경기를 한판, 1경기를 우세승으로 이겨 우승하는 데 평균 3분7초가 걸렸으니, 최민호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던 셈이다.
최민호는 또 화끈한 메치기 기술(3연속 업어치기·2연속 다리 들어 메치기)로만 승리를 결정지었다. 유도 특유의 직선 운동과 회전 운동의 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용인대 유도학과 김의환 교수는 "최민호는 업어치기 공격을 하러 들어갔다가 성공하지 못하자 되돌아 나오는 직선 운동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다시 업어 메치는 회전 운동을 접목시켰다"면서 "다리 들어 메치기를 할 때도 먼저 상대의 한쪽 다리 발목을 잡는 공격이 실패하자 원위치로 돌아가는 대신 곧바로 회전운동을 통해 들어 메치기 공격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술이 먹혔던 것은 자기 몸무게보다 최대 3.5배를 더 들어 올리는 강한 근력 덕분이었다. 최민호는 역기를 무릎까지 들어 올리는 데드 리프트(dead lift) 무게가 평소 120~160㎏, 최대 210㎏에 이른다.
그는 고질적인 감량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올림픽이 끝난 뒤 잠시 한 체급을 올려 66㎏에 나섰다가 작년 12월 일본 가노컵 8강에서 한판패하는 실패를 맛봤다. 60㎏급으로 복귀해 출전한 지난 5월의 러시아 모스크바 그랜드 슬램 대회에선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자만에 빠져 있다"는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다시 자신을 채찍질, 2003 오사카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6년 만에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노린다.
2007 세계선수권자이자 베이징올림픽 남자 73㎏급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용인대), 베이징올림픽 81㎏급 2위 김재범(한국마사회)도 금메달 후보. 정훈 감독은 "남자 대표팀 7명이 모두 메달권이라고 자부한다. 금메달 두 개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선 2007 세계선수권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건 정경미(하이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SBS 스포츠가 26일 오후 10시부터 최민호가 나서는 첫날 경기를 비롯한 체급별 주요 경기를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