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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빛낸 올림피언]⑤‘번개인간’ 볼트

경향닷컴 기자I 2008.08.26 08:13:58
[경향닷컴 제공] ◇괴짜 천재, 세계를 홀리다

100m 결승에서 그는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전에 좌우를 살핀 뒤 두팔을 벌렸다. 마지막 몇m는 그렇게 대충(?) 뛰었다. 어쨌든 1위. 잠시후 경기장 전광판에 그의 기록이 나왔다.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을 가득 메운 9만1000명의 관중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9초69. 새로운 세계기록이었다.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는 주종목이 200m임에도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연습한 100m에서 세계기록으로 정상에 오르더니 200m(19초30)와 400m계주(37초10)에서도 거푸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제시 오언스(36년 베를린)·바비 모로(56년 멜버른)·칼 루이스(84년 LA)에 이어 네번째로 올림픽 단거리에서 3관왕에 올랐다.

볼트는 100m 경기가 끝난 뒤 나이트클럽에 놀러온 듯 몸을 흐느적거렸다. 자메이카에서 좀 논다는 애들의 춤인 너 링가(Nuh Linga)였다. 신발을 벗어 카메라에 들이대며 “내가 1등이야”라고 소리쳤고 기자회견장에는 초콜릿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100m 우승을 축하하러 자메이카에서 관광장관이 와 축하 파티를 열었지만 “피곤하다”며 안갔다.

괴짜 천재를 보며 ‘살리에리’는 질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일부 육상 전문가는 볼트의 기록을 정상이 아닌 변칙적인(freak) 기록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과 AP 등도 볼트의 금지약물 복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볼트에 의해 뭉개진 육상 강국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는 듯 미국 언론은 볼트의 베이징 신화가 약물에 의한 것이라고 바락바락 우기지만 이미 전세계에서 볼트는 ‘육상의 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볼트의 고향 트렐러니는 ‘볼트 거리’를 만들 계획이고 자메이카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볼트가 200m에서 우승한 8월20일을 국경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8월 베이징에서 전주곡이 울린 볼트의 신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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