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더블헤더는 정말 독일까

백호 기자I 2007.09.21 11:24:42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가 처음 생긴 건 1973년이다. TV 중계가 처음 이루어진 건 1939년이다. 야간 경기는 1935년에 신시내티에서 처음 시작됐다.

올스타 게임이 처음 열린 건 1933년, 월드시리즈가 처음 개최된 건 1903년이다. 현행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의 양대리그가 정착된 건 1901년이다. 홈플레이트가 5각형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가 18.44m로 확정된 건 1893년의 일이다. 삼진과 몸에 맞는 볼 규칙이 1888년에 생겼다. 타자가 스윙을 하지 않아도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이 1887년이다.

그리고 더블헤더가 처음 열린 건 1882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3년째 더블헤더를 열지 않고 있다.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관중 동원에도 방해가 되는 기형적인 제도인 것으로 매도되고 있다.

2007년 프로야구는 잦은 가을비 때문에 일정이 마구 연기되고 있다. 그래도 더블헤더를 도입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가급적(혹은 절대로) 더블헤더만은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것이 야구계의 주된 여론인 모양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야구에서 더블헤더는 월드시리즈보다, 야간 경기보다, 심지어 5각형 홈플레이트나 삼진 아웃보다도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축구가 야구와 달리 물텀벙 속에서 ‘수중전’을 할 수 있는 스포츠이듯 야구는 축구와 달리 하루에 두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다.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더블헤더를 열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천으로 연기되지 않은 경기도 더블헤더로 일정을 잡곤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더블헤더가 없다. 그러나 돔구장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 나라는 야구 경기를 치르기가 일본보다 훨씬 어렵다. 우선 일본 제도를 맹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와 일본은 여건이 다르다.

더블헤더가 결코 기형적인, 시대착오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더블헤더는 야구의 일부다. 경기력을 위해서라면 야구 경기도 한 경기 후 하루이틀을 쉬고 다음 경기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6연전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진, 특히 풍성한 선발투수진을 갖춘 팀이 유리하다. 연전 제도는 야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야구 시즌에 새로운 속성을 부여한다.

마찬가지로 더블헤더가 있으면, 좋은 불펜과 벤치요원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특히 백업포수의 주가가 상승한다.

평일 대낮부터 벌어지는 더블헤더가 관중 동원이 어려우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블헤더는 적을수록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우리 나라도 취소된 경기에 한해서만 더블헤더를 연 것이다.

정 더블헤더가 못마땅하다면 더블헤더가 열리는 요건을 과거보다 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중 동원을 위해 주말경기 3연전에만 더블헤더를 도입한다든지, 체력 안배를 위해 매월 1,3주째에만 더블헤더를 허용한다든지 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더블헤더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는 아니지만 반드시 없애야 할 제도 또한 결코 아니다. 해마다 시즌 중에 장마와 태풍을 겪으면서 돔구장 하나 갖고 있지 못한 대한민국이야말로 하루에 2경기를 할 수 있는 야구 경기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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