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쉬웠던 박지성의 부재, 잉글랜드 FA컵 결승

김삼우 기자I 2007.05.20 14:53:25
▲ 박지성 (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박지성의 공백은 우리에게 엄청난, 그리고 끔찍한 손실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첼시와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이 열리기 직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박지성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퍼거슨 감독은 “오른쪽과 왼쪽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의 부상으로 결정적인 순간, 그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됐다”면서 트레블 달성에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로 박지성을 가동하지 못한 점을 꼽기도 했다.

19일 밤(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뉴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A컵 결승. 승부는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연장 후반 11분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가 결승골을 터뜨린 첼시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정상 등을 모두 노렸던 맨유는 결국 프미리어리그 우승 트로피 하나에 만족하는 것으로 씁쓸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왜 그렇게 박지성의 부재를 아쉬워했는지 실감해야 했다. 맨유는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등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고도 안드리 셉첸코, 미하일 발락, 히카르두 카브발류 등 공수의 핵이 부상으로 빠진 첼시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조련한 첼시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과 강력한 미드필드진에 눌린 탓이었다. 화려한 드리블과 측면 돌파를 자랑하는 호날두가 첼시 수비라인에 막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노장 긱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기색이 역력해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기에 힘이 부쳤다. 루니가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럴 때 필요했던 게 박지성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중원과 최전방을 누비면서 팀 공격에 숨통을 터주고, 호날두와 긱스 대신 투입돼 경기의 흐름을 돌려놓는, 그리고 이번 시즌 매서운 득점력까지 발휘한 박지성의 그 능력이었다.

남아 있는 마지막 힘까지 모두 쏟아 부어야 했던 연장전. 퍼거슨 감독은 대런 플레처를 빼고 앨런 스미스를 투입한 데 이어 긱스 대신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마이클 캐릭 대신 존 오셔 등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박지성과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없었다.

경기후 퍼거슨 감독은 “공이 늦게 구르는 잔디 상태 때문에 2~3명의 체력이 저하됐다”고 패인을 분석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최근 몇 달은 놀라웠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퍼거슨은 감독은 또 “호날두가 시즌 막판 체력 저하로 특히 피곤해 했다” 면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박지성의 공백에 대한 안타까움을 돌려 말하기도 했다. 맨유에서 박지성이 중요한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백전 노장 퍼거슨 울리는 40대 기수 무리뉴

첼시는 이날 승리로 2000년 구 웸블리 구장에서 우승한 이후 올해 새로 단장한 뉴 웸블리에서 7년 만에 FA컵 패권을 탈환하는 영광을 누렸고, 칼링컵 우승 포함 2006~2007 시즌 더블을 달성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무리뉴(44) 감독은 6번째 FA컵 우승 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정규리그, 칼링컵, 커뮤니티 실드 등 잉글랜드 국내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주전들의 줄부상과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갈등, 끊이지 않은 설화, 퇴진설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 경기 전 의도적으로 전개하는 신경전, 치밀한 준비,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내는 카리스마 등으로 난국을 타개한 놀라운 지도력이 바탕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퍼거슨(66)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유난히 강한 점도 주목할 만 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이끌던 2003~2004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퍼거슨 감독의 무릎을 꿇린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사령탑을 맡은 뒤에도 2004~2005 시즌부터 2년 연속 퍼거슨 감독의 맨유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FA컵 결승 포함 1승 2무로 맨유에 앞섰고, 지난 세 시즌 동안에는 5승3무1패로 퍼거슨 감독을 압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