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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2007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키워드는 ‘아버지’다.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를 비롯해 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 차승원 주연의 ‘아들’, 이대근 이두일 주연의 ‘이대근, 이댁은’ 등이 이미 개봉됐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진영이 주연을 맡아 26일 개봉하는 '날아라 허동구' 역시 아버지가 소재이다.
아버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같은 소재로 얼마나 다르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모든 영화마다 공평하게 바라보려고 애쓰지만 아무래도 화려한 캐스팅, 유명 감독을 내세운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날아라 허동구’는 시사회 전까지 참 조용했다. 제작과정도 마찬가지. 신인 감독에, 주인공 정진영의 말마따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당하는 스타성 강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아니어서인지 언론의 관심도 크게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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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사회에서 영화를 다 본 후 그동안 이 작품에 다른 영화만큼의 관심을 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마음 한 구석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동구(최우혁 분)는 IQ 60으로 친구들보다 지능이 조금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학급 친구들에게는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선생님마저 동구를 특수학교로 보내버리고 싶어 한다.
그래도 동구는 매일 물당번을 하며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낙으로 학교에 다닌다. 또 심장이 약한 짝(윤찬 분)을 위해 달리기 시험에서 운동장 한바퀴를 더 뛰어 한바퀴는 짝에게 뚝 떼어주는 순수한 소년이다.
순수 소년 동구에게 물주전자를 대신할 편리한 정수기라는 ‘시련’이 닥친다. 동구는 야구의 ‘야’자도 모른 채 오로지 물당번을 맡기 위해 야구부에 들어간다. 아들을 초등학교만이라도 졸업시키는 것이 목표인 동구 아빠(정진영 분)는 야구부에 들어가면 일단 학교는 계속 다닐 수 있다 하니 안심이지만 동구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국 동구의 개인 코치로 동구의 짝이 나선다. ‘운동장 한바퀴’로 동구에게 마음의 문을 연 짝은 세상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 시원하게 공을 때리라는 어른들의 가르침과 달리 동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 번트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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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암에 걸렸을지 모르는 아버지와 공이 날아오면 무서워 눈을 감는 아들. 일부러 탄 음식을 먹서라도 아들을 위해 암에 걸려야만 하는 아버지와 좋아하는 학교에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꼭 공을 쳐내야만 하는 아들.
‘날아라 허동구’에는 홈런처럼 관객을 압도하는 한 방은 없다. 장애를 뛰어넘는 거창한 인생들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날아라 허동구’가 주는 것은 의도된 감동의 눈물이 아닌 잔잔하고 흐뭇한 미소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담백함이 느껴진다.
아역 최우혁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대신 ‘닭 한 마리, 닭 두 마리’를 타령조로 중얼대던 정진영의 목소리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야구부 감독 역의 권오중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