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이번에는 박주영(FC 서울)이 세골을 몰아넣으며 폭발했고 귀네슈 열풍은 차범근호 마저 집어 삼켰다.
2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수원 삼성의 2007 삼성 하우젠컵 B조 2차전. 올 시즌 초반 최고의 빅매치로 관심을 모은 라이벌전이었지만 결과는 FC 서울의 4-1 완승이었다. K 리그에 공격축구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귀네슈 감독은 FC 서울을 정규리그 포함 5연승, 컵 대회 2연승으로 이끌었다.
거함 수원을 침몰시킨 귀네슈호의 중심에는 박주영이 있었다.
박주영은 최근 꼬리를 무는 악재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예멘과의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의 퇴장으로 인한 올림픽 예선 3경기 출장 정지, 우루과이와의 A 매치(3월 24일) 출전 성인대표팀 엔트리 탈락 등 한때 축구 천재로 각광받았던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라이벌전에서 가슴에 맺혔던 울분을 깨끗이 털어냈다.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는 예리한 돌파와 넣어야 할 때를 놓치지 않는 동물적인 골감각을 재현하며 이운재가 버틴 수원 골망을 세 번이나 흔들었다. 축구천재로 불리던 예전의 그였다.
박주영의 재능은 0-1로 뒤지던 전반 13분 번득이기 시작했다.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이청용이 이어준 패스를 침착하게 오른발 슛, 수원 골네트를 흔들며 골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8일 정규리그 제주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골. 일단 눈을 뜬 그의 킬러 본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6분, 수원 수비가 걷어내는 공을 가로채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상대 수비 한명을 여유있게 제치고 두 번째 골을 작렬했다. 그리고 1분뒤, 이번에는 이청용의 송곳같은 공간 패스를 논스톱슛으로 연결, 이운재의 넋을 나가게 했다. 프로데뷔후 세 번째 해트트릭. 지난 2005년 7월 10일 포항전 이후 20개월만의 해트트릭이기도 했다. 경기후 그는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번 해트트릭이 자신의 프로 세 번째 기록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표팀 탈락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이날 해트트릭은 그를 외면한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에 대한 무력 시위의 의미도 있었다. 베어벡 감독은 이날 상암 경기장을 찾아 박주영의 원맨쇼를 묵묵히 지켜봤다.
경기후 박주영에 못지 않게 박수를 받은 이는 귀네슈 FC 서울 감독이었다. 특별한 전력 보강도 이루지 못한 FC 서울을 올 시즌 전혀 다른 팀으로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차범근 감독의 수원을 압도했다. 패싱으로 공간을 찾아 나가는 팀 플레이, 고삐를 늦추지 않고 몰아붙이는 저돌성 등 FC 서울의 경기 자체가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수원이 비록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불운을 겪었지만 경기내용면에서도 FC 서울의 완승이었다. 박주영의 세골, 정조국의 추가골 모두 개인의 능력과 함께 정교한 팀 플레이가 어우러져 나온 작품들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경기후 “이것이 공격축구다. 귀네슈 축구는 이제 시작이다”고 호기롭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