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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미하엘 뮐러(58)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기자 회견에 앞서 대다수는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기에 감독 결정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들이 배제됐다고 알려진 상황. 그런데도 차분하게 기자회견을 기다렸던 건 과거 사례 때문이었다.
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새 사령탑으로 파울루 벤투(54) 감독을 맞이했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포르투갈 대표팀 이후 벤투 감독의 커리어가 하락세였기 때문이었다. 이웃 나라 중국의 충칭 리판에서도 실패한 게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당시 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은 정면으로 비판 여론을 마주했다. 솔직하게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냉정하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축구의 이미지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어떤 기준을 두고 후보를 만났는지 또 결렬된 원인을 밝혔다. 유럽의 창창한 지도자가 한국행을 결심하기 힘든 이유도 덧붙였다. 이런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지였다는 걸 설명했다. 벤투 감독을 향한 의구심은 남았지만 결정 과정에 대해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대성공이었다. 벤투 감독의 사례는 섣부른 비판을 자제하게 했다.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이날 기자회견을 기다렸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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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매니저의 능력을 의심하진 않는다. 기자회견의 분위기와 방송 카메라 등 쉽게 접하지 못했을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협회가 이날 기자회견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다. 다음 월드컵을 이끌 차기 감독에 대한 기자회견임에도 가볍게 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험과 축구 지식이 있는 통역을 구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뮐러 위원장 취임 기자회견 때는 팀장이 통역을 맡았다”라며 “팀 내에서 번갈아 가며 통역 업무를 수행했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 통역은 따로 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뮐러 위원장, 팀 매니저 간의 미소와 취재진의 실소가 엇갈렸다. 충분치 못한 답변에 질문이 반복됐고 장황한 설명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질문하려는 취재진이 더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위로 든 손을 내려야 했다.
뮐러 위원장의 답변도 애매모호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묻자 그와 한국 축구의 인연을 길게 설명했다. 이전에 제시했던 다섯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지도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추측성 답변도 잦았다. 뮐러 위원장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기술연구그룹(TSG)으로 함께 활동한 차두리의 인연을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같은 호텔을 사용하면서 같은 목표를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 주제는 축구였지 않을까 한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많은 걸 물어본 걸로 알고 있다”라며 신뢰도가 떨어지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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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에서 보여주는 걸 봤을 때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감독 기자회견 때 물어보면 세부적으로 알 수 있을 거 같다”라며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관심도가 높은 기자회견을 대하는 협회의 자세 그리고 미흡했던 운영. 이번 촌극은 스스로 신뢰를 낮춘 꼴이 됐다. 답답함을 느낀 축구 팬들은 5년 전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영상을 다시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