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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B조 최종 3차전에서 이란을 1-0으로 눌렀다. 전반 38분에 터진 크리스티안 풀리식(첼시)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승리를 일궈냈다.
앞서 조별리그 경기에서 웨일스와 1-1, 잉글랜드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미국은 최종성적 1승 2무 승점 5를 기록, B조 2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같은 시간 웨일스와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잉글랜드가 2승 1무 승점 7로 B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북중미 예선에서 탈락한 2018 러시아월드컵을 제외하고 그전 2010 남아공 대회와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바 있다. 아울러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이란에게 1-2로 졌던 뼈아픈 기억도 24년 만에 설욕했다.
반면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2-6 대패를 당한 뒤 웨일스와 2차전에서 2-0으로 이겨 기사회생했던 이란은 이날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왕정에서 반미 이슬람 신정국가로 바뀐 뒤 그해 11월 일어난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최근에는 미국이 지난 2020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에 대한 이란의 증오심과 복수심은 최고조에 올라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알 투마마 스타디움도 분위기가 살벌했다. 경기전 미국 국가가 울리자 관중석을 메운 수만명의 이란 관중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내고 나팔을 불어댔다. 미국 축구팬들도 수천명이 자리했지만 수적으로 이란 팬들이 훨씬 많다보니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축구를 더 잘한 쪽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전반 초반부터 빠른 공격 전환과 측면 돌파로 이란 수비를 흔들었다.
골을 넣은 쪽도 미국이었다. 맥케니가 측면에서 올려준 패스를 데스트가 머리로 떨궜다. 이를 뒤에서 쇄도하던 풀리식이 골을 성공시켰다. 풀리식이 골을 넣는 순간 이란 골키퍼와 부딪혀 쓰러졌지만 득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미국은 경기 주도권을 잡고 몰아붙였다. 이란은 수비를 계속 하다가 간간이 역습 기회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미국의 수비는 생각보다 빠르고 단단했다.
이란은 후반 중반 이후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더욱 몰두했다. 무려 9분이나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헤딩슛을 비롯해 몇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계속 골문을 외면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자 미국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좋아했다. 반면 이란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날 줄 몰랐다. 경기 내내 엄청난 함성과 야유를 쏟아낸 이란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에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싸늘하고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