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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화질로 만나는 S.E.S.·H.O.T.…K팝 MV 리마스터링 붐

김현식 기자I 2021.11.17 05:30:00

SM 필두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활발
글로벌 K팝 팬들에 색다른 볼거리 제공
90~2000년대 MV 발전사 되짚는 계기도
K팝 영상 콘텐츠 아카이빙에도 도움

S.E.S. ‘드림스 컴 트루’ 리마스터링 버전 뮤직비디오 캡처(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우와 에스파 같다. 아니, 에스파가 S.E.S. 같은 건가?” “SM은 오래 전부터 계속 미래를 내다보고 음악을 만들고 있었네.”

4K 고화질로 리마스터링(remastering)돼 11일 유튜브에 게재된 1세대 걸그룹 S.E.S.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ure) 뮤직비디오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드림스 컴 트루’는 S.E.S.가 1998년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당시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최근 유튜브와 손잡고 진행 중인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21년여 만에 생생한 화질로 복원됐다. 앞서 SM 이성수 대표는 이달 초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뮤직비디오는 SM이 추구하고 바라는 모든 것을 담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유튜브와의 특별한 협업을 통해 300여 편 이상의 리마스터링 뮤직비디오 및 음원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E.S.의 ‘드림스 컴 트루’는 1세대 보이그룹 H.O.T.의 ‘전사의 후예’(폭력시대)에 이어 2번째로 SM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마스터링됐다. 온라인상에서는 퓨처리즘 콘셉트 뮤직비디오 속 광활한 우주를 배경삼아 춤추고 노래하는 S.E.S. 멤버들의 모습이 ‘메타버스 아이돌’을 지향하는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떠오르게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중이다. 어린 시절 TV에서만 봤던 추억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 내에서 고화질로 다시 시청할 수 있어 반갑다는 반응도 많다.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공개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가운데 70만뷰를 돌파하며 관심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가요계에선 뮤직비디오 리마스터링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SM뿐 아니라 음반 제작자의 저작인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반산업협회와 유통사 NHN 벅스 등이 유튜브와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1990~2000년대 발표돼 히트한 여러 곡의 뮤직비디오가 리마스터링되고 있다. 벅의 ‘맨발의 청춘’, 샵의 ‘텔 미, 텔 미’(Tell Me, Tell Me), 스페이스 에이의 ‘성숙’, 코요태의 ‘실연’, 백지영의 ‘부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등 추억의 히트곡 뮤직비디오들이 최근 480p 일반 화질에서 1080p FHD 화질로 리마스터링됐다.

H.O.T. ‘전사의 후예’ 리마스터링 버전 뮤직비디오 캡처(사진=SM엔터테인먼트)
리마스터링된 뮤직비디오는 기성세대와 10·20세대 모두에게 신선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990~2000년대는 국내 뮤직비디오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시기다. 여러 음악전문 채널이 등장하고,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가 잇달아 제작되면서 자연히 작품들의 수준 또한 높아졌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영화 제작 인력을 투입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는 등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가 활발했던 시기의 뮤직비디오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고화질로 되짚어 보고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직비디오 리마스터링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뮤직비디오 리마스터링은 K팝 영상 콘텐츠의 아카이빙 측면에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K팝 글로벌화 흐름 속 우리 대중음악사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해진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면도 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없던 시절 TV 송출용으로 만들어진 옛 뮤직비디오들은 그간 주로 일반 유저들이 게재한 저화질 버전으로 온라인상에 떠돌았다. 일부 뮤직비디오 감독이 자체적으로 화질을 개선한 감독판 버전을 게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와 같은 움직임이 이번처럼 지속적이고 활발하진 않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정 문화의 팬이 되면 해당 분야의 레전드나 걸어온 역사를 탐색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카이빙은 중요한 작업”이라면서 “과거의 콘텐츠들이 해외 K팝 팬들에게 좋은 어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K팝의 기원에 관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평론가는 “단순한 화질 개선 작업이 아닌 재창조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트렌디함을 가미한다면 리마스터링 뮤직비디오가 신구 세대에게 더욱 각광받는 또 하나의 뉴트로(New+Retro)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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