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할리우드 진출
이민자 가족 이야기, 엄마 모니카 역으로 주연상
오스카 수상 기대…"충분히 사랑받고 있어"
| 한예리(사진=판씨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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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윤여정) 선생님과 나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신 차리고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전 세계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한예리가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한 말이다. ‘미나리’는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서 촬영했을 뿐더러 저예산 영화로 국내로 따지면 독립영화나 다름없었다. 한예리나 윤여정의 단단한 각오 없이 시작할 수 없었던 영화다. 그들의 각오에 응답한 ‘미나리’는 음지에서도 자라는 미나리처럼, 절망에서도 단단해지는 데이빗(앨런 김 분) 가족처럼 열악한 조건을 딛고 완성돼 ‘오스카의 다크호스’로 꼽히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예리는 23일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생각은 없었고 한국배우로 갔기 때문에 아이삭(정이삭 감독 미국명) 감독에게 우리를 허투루 캐스팅한 게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며 “선생님과도 그러한 책임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옆에서 선생님이 배우 윤여정으로서, 또 인간 윤여정으로서 용감하고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얘기했다.
| ‘미나리’ 한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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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예리는 이 영화에서 심장 약한 막내아들 걱정에 시골 외딴곳에 살게 된 것이 불안한 엄마 모니카를 연기했다. 모니카는 가족보다 자신의 목표를 앞세우는 남편의 모습에 걱정하면서도 누구보다 남편의 의지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한예리는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과 함께 낯선 땅에서 겪게 되는 이민자들의 희망과 절망,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그는 지난 1월 발표된 2021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받았고 그 공을 정이삭 감독에게 돌렸다. 한예리는 “우리 현장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이삭 감독님은 주어진 시간과 환경 안에서 최대한 자신이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을 해내는 똑똑한 사람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배우들만큼은 가장 편안한 상태로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방법과 환경을 조성하려고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한예리는 “매번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이 보여주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며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지 생기는데 감독님의 미소를 보면 그것조차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넘길 만큼 따뜻했다”고 치켜세웠다.
| ‘미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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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한예리는 누구보다 정이삭 감독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나리’는 전 세계 영화제와 영화상에서 총 7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오스카 막바지 스퍼트를 내고 있다. 지난달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예비후보 발표에서 음악상, 주제가상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는데 주요 부문 후보 및 수상이 기대되고 있다. 최종 후보는 내달 15일 발표되며 본 시상식은 오는 4월25일 열린다.
한예리는 “감독님은 욕심내지 않으시겠지만 고생을 많이 하신 만큼 뭔가 보람 있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됐다’고 하시는데 받으시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면서도 “상을 받으면 물론 엄청 좋겠지만 못 받는다 하더라도 괜찮다”며 “우리 모두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