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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싶다는 관심이 상류사회에 대한 욕망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변혁 감독의 말이다. 변 감독이 ‘오감도’(2009)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상류사회’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한 중산층 부부가 상류층 진입을 위해서 발버둥 치는 이야기다. 꼴등이 1등을 하는, 인생역전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극적인 쾌감도 감동도 없다. 2등, 3등이 1등을 하려는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욕망의 근원을 묻는다.
“이 나라가 좋은 게 다들 억울해. 자기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없어.” 극중 보수당 수뇌의 이 같은 말은 욕망의 표면적 동기를 설명한다. 그것의 진짜는 미술관 관장을 노리는 수연(수애 분)을 통해서 암시한다. 수연은 능력 있는 미술관의 2인자지만 거기까지다. “자기가 백날 땀 흘려봐야 저 놈 몸속에 있는 한용석(윤제문 분) 피 한 방울 못 이겨.” 관장인 화란(라미란 분)의 ‘충고’와 그에 따른 수연의 좌절은 ‘금수저’ ‘흙수저’로 표현되는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변 감독은 전작인 ‘주홍글씨’(2004)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탐구했다. 당시에는 비극적 서사로 탐욕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욕망의 근원을 살핀다. 변 감독은 욕망의 근원과 재벌의 이면을 연결시켜 탁월한 묘사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또 재벌을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언급, 상류층을 그린 기존의 작품에서 더 진전된 화두를 던진다.
‘상류사회’는 선정적인 장면으로 논쟁 중이다. 영화에는 서너 차례 정사신이 나오는데 윤제문이 일본 AV(Adult Video, 성인물)배우 하마사키 마오와 연기한 정사신에 대한 언급이 많다. 영화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필요한 장면이라는 의견과, 1분30초 이어지는 과한 묘사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윤제문이 연기한 한용석은 기업을 이끄는 재벌이자 아티스트다. 그가 작품 활동이랍시고 하는 것이 성행위다. 그러면서 “예술은 똥이다”고 비꼰다. 영화는 이 인물에 돈과 예술을 결합시켜 아름다운 것 같지만 추악한 상류층을 풍자한다. 해당신은 이러한 의도로 쓰였지만, 적나라한 표현법이 양날의 검이 됐다. 이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수애의 ‘욕망녀’ 연기는 눈을 뗄 수 없고, 그녀를 받치는 박해일의 유연한 연기는 균형감을 입혀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인다. 배우들의 호연에 대사 맛도 좋다. “왜, 재벌들만 겁 없이 사는 줄 알았어?” “나는 자기가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때를 만드는 사람이길 바라” “그러니까, 당신도 클린턴 되고 나서 사고 치라고” “우리 그냥 개같이 살자” 등 현실을 되짚는 촌철살인 대사들이 귀에 착착 꽂힌다. ‘상류사회’는 청불영화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