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 ①오석근 위원장 "다양성영화 지원 '제2의 박찬욱' 키울 것"

박미애 기자I 2018.08.02 06:00:00
취임 6개월을 맞은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좀 더 발칙하고 혁신적인 영화가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 영화를 위한 지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제2의 임권택·이창동·박찬욱 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취임한 지 7개월.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불거진 영화계의 갈등을 수습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영화계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고민도 깊다. “해결할 일이 산적했다”고 인터뷰를 한 차례 고사했던 오 위원장은 내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오 위원장은 최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호텔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한국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좀 더 발칙하고 혁신적인 영화들이 나와야 한다”면서 “영진위가 그런 영화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1960~70년대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반발해 나타난 뉴아메리칸시네마처럼, 창의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그런 작품으로 국제무대에 한국영화의 브랜드가 각인돼야 한다”고 바랐다. 이어 “영화가 만들어지느냐 못 만들어지느냐는 기획개발 단계가 중요한데 영진위는 다양성 영화의 기획개발에 파격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산의 1순위”라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계는 미래를 이끌어갈 2세대들이 나오지 않는 현실을 비롯해 각종 위협이 산적해 있다는 게 오 위원장의 진단이다. 한동안 가파르게 증가했던 국내 영화 관객은 5년여 전부터 연간 2억1000만명 수준으로 정체 상태다. 관객을 늘려갈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블록버스터 중심의 상업영화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 안에서 소외된 영화인들의 권익 및 복지는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성장 및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은 산업에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불안하다. 블랙리스트 등으로 전 정권의 탄압으로 피해입은 영화계를 복구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오 위원장은 현안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한숨을 쉬었다. 인터뷰 말미에 이르러 “담배 생각이 난다”면서 답답한 속내도 비쳤다.

영화계는 바뀐 정권에서 새롭게 출범한 영진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동시에 산업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이 수장에 오른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오 위원장도 알고 있다. 자신이 더 경청하고 더 대화를 하겠다는 각오다. 오 위원장은 “1년 뒤에는 바뀐 영진위의 모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진위원장 취임 6개월이 됐다. 소회는.

△1월에 취임을 하고 4월에 조직 개편을 했다. 현재 산업에 계신 분들을 찾아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응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변화하는 영진위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진위가 지난 10년간 영화인들에게 서운하게 한 부분이 있지 않나. 그분들은 하루빨리 바뀐 영진위의 모습을 보고 싶을 거다. ‘저 이제 6개월 됐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기에는 그분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빨리빨리 산업에 필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만족시켜드려야 하는데 그 점이 송구하다.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바뀐 영진위가 해야 할 일은 영화인들과 대화는 하는 거다. 영진위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 사과를 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사과가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영진위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블랙리스트 조사는 어떻게 돼가나.

△영진위가 검찰 및 특검, 조사단 등의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영진위 내부에도 ‘과거사 진상규명 및 특별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특위 조사가 빠르면 오는 11, 12월까지 예정돼있다. 그때쯤 결과를 보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들은 무엇인가.

△큰 틀에서의 현안은 독과점 문제와 불공정거래 문제인데 각각은 입법 및 행정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한 일이다. 바뀐 영진위는 영화정책연구원과 공정환경조성센터 두 조직을 중심으로 해서 위 문제들과, 영화인 복지문제 등 영화계 현안을 공론화시키고 해결해나갈 거다. 여기에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대한 지원, 미래 관객 확보, 한국영화의 국제적 리더십 확보 세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중요한 건 영진위의 예산이다. 사업이든 뭐든 하려면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10년간 재원도 인력도 늘지 않았다. 특히 내년은 한국영화 100주년인 만큼 문체부 장관께 예산 편성에 그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미래 고객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 지자체와 교류하면 새로운 영상인력을 발굴하고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초·중·고 정규 과목으로 영화학을 포함시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방과 후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전국의 영화관련 주체들과 만나 이를 포함한 지역 영화 활성화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한국영화의 국제적 리더십 확보는.

△중국에 영진위 사무소가 있는데 막상 가보니 중국과 공식적인 네트워크가 하나도 없더라. 영진위 정도의 기관이면 아시아 각국의 영화산업 주체들과 긴밀하게 소통되고 산업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네트워크나 시스템이 없다. 반면 아시아는 한국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한국영화에 접근하고 싶은데 네트워크가 없다 보니 우리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래서 영진위가 아시아와 연대하는 네트워크(아시아영화진흥기구)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적 교류도 하고 비즈니스를 같이 하자는 거다. 일각에선 내부 불부터 끄라고 하지만,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다. 해외 시장 개척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어떻게 보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치적 탄압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 영화인들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영화제 사태에 대해서 아시아 영화인 모두가 지지성명을 보내줬다. 아시아 지역의 모든 영화제가 정부, 정치,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정치적 탄압에 맞서서 이렇게 똘똘 뭉쳐 싸운 전례가 없었다. 관객이 줄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다. 정상화는 올해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잘 될 것이고, 그러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부산에서 영화하면 부산국제영화제만 얘기하는데 영화제뿐 아니라 영진위,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 등이 부산에 위치해 있다. 영화 관련 인프라가 부산에 집중돼있는 이유, 다시 말해 한국영화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데 부산이 어떤 역할을 수 있느냐는 논의가 필요하다.

-남북영화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금까지 남북영화교류의 가장 큰 문제는 교류보다 거래의 의미에 가까웠다.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영진위가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발족한 이유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류를 위한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다.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에서 어떤 논의를 했나.

△영화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교량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북한의 영화는 선전도구로 알려져 있지 않나. 그만큼 영화를 바라보는 남과 북의 시각이 다르다. 그래서 특위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남북영화교류가 이뤄지면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순히 로케이션이나 합작뿐 아니라 북한에는 역사적 자료가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을 통해서 영화적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더 크게는 영화를 통해서 민족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선은 교류의 물꼬를 터야 가능한 일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누구인가

△1961년생 △1986년 동아대 축산학과 졸업 △1988년 한국영화아카데미(4기) 졸업 △1992년 ‘네 멋대로 해라’ 감독 데뷔 △1996~99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장 △2010~16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를지키는시민문화연대 공동대표 △2018년1월~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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