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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는 3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 연출 김철규)에서 독립투사 신율과 유령작가 유진오 역을 맡았다. 1930년대 동료 류수현(임수정 분)을 사랑했던 신율은 그를 살리고자 밀고를 택했고, 사랑하는 여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서휘영(유아인 분)과 류수현의 용서를 구하고 약속을 지키고자 스스로 자신을 타자기에 봉인시켰다. 전생과 현생을 잇는 유진오의 활약으로 서휘영과 류수현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신율과 유진오 모두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인물이었다. 고경표의 섬세한 연기는 이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유령인 유진오는 판타지 설정이 돋보인다. 초반엔 장난꾸러기 유령으로 표현해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때론 안타까운 처지를 절절히 담아내 아픔을 함께 하게 만들었다. 신율로선 서휘영 역의 유아인과 능청과 진지를 넘나드는 '브로맨스', 류수현 역의 임수정과는 깊은 눈빛으로 순정을 그려냈다.
과거 tvN 'SNL코리아'로 얼굴을 알린 고경표는 한동안 시트콤과 코믹 연기에 강한 배우로 불렸다. 그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2013), 영화 '청춘정담'(2013), '차이나타운'(2015) 등으로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홀어머니를 챙기고 친구 누나를 좋아하는 어른스러운 고등학생 선우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선우의 반듯함은 그동안 고경표의 캐릭터와 차이가 있었다.
이후 SBS '질투의 화신'에선 다정다감한 재벌남 고정원으로 분했다.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다. 그는 자신만의 매력을 입혔다. 고정원에겐 그만의 인간미가 있었다. 고정원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했다. 가진 것이 더 많았지만 초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엔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 사회를 보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시카고 타자기'의 신율이나 유진오는 설정이나 외형적인 면에서 고정원을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기시감이나 익숙함은 없었다. 장르와 연령에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이다. 탁월한 캐릭터 분석, 이를 표현하는 연기의 디테일 등이 원인이다.
고경표의 차기작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7월 방송하는 KBS2 새 금토 미니시리즈 '최강 배달꾼'이다. 극중 자장면 배달부 역을 맡는다. 오랜만에 주특기인 풋풋한 청춘을 그려낼 예정이다. 연기력이 곧 개연성인 고경표가 또 어떤 캐릭터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