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지구촌 최고의 축구 잔치,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6월 11일)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남아공에 집중되고 있다.
개막이 다가오면서 월드컵에 대한 남아공 국민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유소년 축구팀 '풋볼액츠29'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23일부터 열리는 경기도수원컵 국제유소년(U-12)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주장 치네두 오콜라(12)는 "아프리카에서도 월드컵이 열리는 게 자랑스럽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축구가 왜 좋으냐'고 묻자, 오콜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축구는 내 인생의 전부이다.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흑백 초월한 월드컵 열기
남아공 꿈나무들을 한국에 데려온 사람은 남아공에서 축구 선교사로 활동 중인 임흥세 감독이다. 임 감독은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피부색에 상관없이 국가적 대사(大事)에 힘을 모으자'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임 감독은 "남아공의 일부 백인들은 '축구는 흑인들의 스포츠'라고 방관하고 있지만, 월드컵을 통해 남아공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공엔 아직도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이 남아 있어 그동안 흑인은 축구, 백인은 럭비에만 열광했다고 한다.
경기도수원컵 출전을 위해 임 감독이 데리고 온 선수들은 흑인 빈민가 출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백인 선수도 한명 있었다. 팀에서 오른쪽 수비를 맡는 루크 헤인즈(12)는 "난 축구와 럭비가 모두 좋다. 월드컵에서 남아공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임 감독에 따르면 4월 초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Soccer City) 경기장 부근에서 월드컵 입장권을 경품으로 건 행사가 열렸을 때 수많은 인파로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치안 불안 해소됐나
남아공 국민의 기대감과 달리 현지의 월드컵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아공 대회 조직위는 3월 말 "월드컵이 치러질 10개 구장이 모두 완성돼 FIFA (국제축구연맹)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여전히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드웨어(경기장)보다 월드컵 본선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는 교통·통신·보안 등 소프트웨어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여전히 불안한 남아공의 치안 문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안전 월드컵'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4월 초 남아공 백인 우월단체의 지도자가 피살되는 등 흑백 갈등 재현에 대한 불안감은 적지않다. 백인 우월단체는 사건 후 "월드컵 참가국들은 남아공에 오는 것을 다시 생각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세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마이테 은코아나 마샤바네 남아공 외무장관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과거 어느 대회보다 안전한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한국 대표팀 일정은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을 비롯한 B조 4개국은 50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9일 30명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는 한국 대표팀은 5월 에콰도르·일본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거쳐 6월 5일 남아공에 입성한다. 한국과 첫 경기에서 맞붙는 그리스는 5월 말 스위스에 훈련캠프를 차린다. 그리스는 한국의 '가상 상대'로 북한을 낙점해 5월 25일 평가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는 유럽리그가 끝나는 다음 달 15일 이후 대표팀을 소집한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등 바쁜 시즌을 보낸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나이지리아는 5월 말 아이슬란드·콜롬비아를 상대로 마지막 전력 점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