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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지난 6일 끝난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거침없는 강속구를 뿌렸던 박찬호(필라델피아)는 텁수룩한 수염으로 더욱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시즌을 끝낸 박찬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말끔하게 면도를 한 모습이었다. 박찬호가 수염을 기른 것은 승리를 기원하는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었다.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은 북미 스포츠에선 흔히 볼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NHL(북미 아이스하키리그) 뉴욕 아일랜더스 선수들이 산적 같은 풍모로 리그 4연패(連覇)를 달성하면서, 플레이오프 기간에 면도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 됐다. '플레이오프 수염(Playoff Beard)'이란 말도 이때 생겼다.
승패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염의 유무에 신경을 쓸 만큼 스포츠 스타들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미신적인 믿음에도 위안을 얻는다. 수염 외에도 경기 전 손톱을 깎지 않거나 머리를 감지 않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남 축구스타 안정환이 대표적인 경우다.
복장에도 징크스는 숨어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많은 감독이 연승을 달릴 때는 첫 승 당시의 속옷을 그대로 입는다.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대회 기간 내내 단 하나의 양말을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 시절 유니폼 안에 늘 대학시절의 유니폼을 받쳐 입고 나왔고, NFL(미 프로 풋볼)에서 활약한 마샬 폭스는 경기장으로 가는 길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운이 달아난다'는 이유로 라인을 밟는 것을 금기시하는 스타도 많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투수들이 이닝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파울라인을 밟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
존 메켄로와 마르티나 힝기스 등 테니스의 전설들 역시 라인을 밟는 것을 끔찍이 꺼렸던 선수들이다.
해외 유명스타 중엔 '징크스 덩어리'인 이들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명수비수 존 테리는 자신이 50여 가지의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수단 버스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고, 경기장까지 승용차를 몰고 갈 때는 반드시 미국 출신의 팝가수 어셔의 노래를 듣는다. 경기 출전을 앞두고는 양말 주위를 테이프로 세 번 감는다.
NBA(미 프로농구) 스타 길버트 아레나스는 원정을 떠나면 호텔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프 타임 때는 비디오 포커게임을 해야 경기가 잘 풀린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