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호주전 특집②> 박지성, 역할의 재발견

송지훈 기자I 2009.09.05 09:31:36
▲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진돗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5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강자 호주(감독 핌 베어벡)와 일전을 벌인다.

형식은 친선경기이자 평가전이지만, 나란히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를 준비 중인 양 팀 모두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는 맞대결이다.

특히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간판스타 박지성(28,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팀 내 위치와 역할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 '박지성 시프트' 성공 여부는
이제껏 박지성은 허정무호에서 '왼쪽 측면의 지배자'로 활약해왔다. 4-4-2 포메이션에서는 좌측면 날개로, 4-3-3 전형 아래에서는 레프트 윙포워드로 나서 공격의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했다.

이는 팀 내에 파괴력 있는 측면 공격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허 감독의 고육지책이었고,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염기훈(26, 울산)과 김치우(26, 서울)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해외파 올드보이' 설기현(30, 풀럼)이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왼발을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는 자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공격 듀오 이근호(24, 주빌로이와타)와 박주영(24, AS모나코)을 측면에 배치하는 방안 또한 활용 가능한 옵션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키 플레이어 박지성의 역할을 조정해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시도하는, 이른바 '박지성 시프트(shift)'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허정무 감독은 3일 전술훈련을 겸한 미니게임을 실시하며 박지성을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 4쿼터로 나뉘어 진행한 이날 훈련에서 박지성은 2쿼터에 기성용(20, 서울)을 대신해 김정우(27, 성남)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만약 박지성이 중앙미드필더로서도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한다면, 허정무호는 또 하나의 경쟁력 있는 전술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선발 명단의 구성에도 적잖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리더의 가치 입증할까
허정무 감독은 2008년 9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1-1무) 이후 김남일(32, 빗셀고베)을 기용하지 않았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차에 '기성용'이라는 걸출한 대안이 등장한 것이 '결단'을 내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김남일이 맡고 있던 '캡틴' 역할 또한 박지성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주장 완장을 넘겨 받은 박지성은 '자연스런 리더십'을 앞세워 팀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놓았다.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김남일과 같은 카리스마는 없었지만,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호주전을 앞두고 김남일이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신-구 캡틴이 함께 뛰는 흥미진진한 구도가 형성됐다. 물론 허 감독은 박지성을 캡틴으로 지명하며 변함 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박)지성이가 주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김)남일이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박지성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제 남은 건 박지성이 선배들과 후배들의 중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 뿐이다. 앞서 언급한 김남일을 비롯해 이운재(35, 수원), 이정수(29, 교토상가), 이동국, 설기현 등 23명 엔트리 중 박지성의 선배는 5명이나 된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내가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후 가장 많은 선배들이 팀에 합류한 경기"라면서도 "오히려 나는 부담 없이 주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 선배들이 후배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내가 책임져야 할 역할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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