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일주일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 경기가 없어 따분한 야구팬들은 최훈(37)씨의 '프로야구 카툰'이 업데이트되길 간절히 기다린다. 반면 K리그 팬들은 목요일이 즐겁다. 김근석(30·필명 샤다라빠)씨의 '풋볼 다이어리'가 연재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찾든 TV를 보든,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기사를 찾아 읽거나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보며 스포츠를 즐긴다.
최근에는 여기에다 스포츠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생겼다. 스포츠 웹툰(Webtoon·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을 챙겨보는 것이다. 최훈씨와 김근석씨 등 재기 발랄한 작가들이 그려내는 '카툰 스포츠'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프로야구 카툰의 대명사 최훈
최훈씨를 빼고 스포츠 웹툰을 논할 수는 없다. 그가 지난해 6월부터 한 포털사이트에 그리는 '프로야구 카툰'은 편당 평균 80만에 가까운 클릭 수를 자랑한다. 지난 4일 연재된 '명대사' 편은 16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인기의 비결은 한 주간의 프로야구 상황을 8팀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통해 함축적이고 재치 있게 녹여내는 데 있다. 25일 올라온 '분노의 질주' 편에선 선동열 감독의 얼굴을 한 사자가 고민 끝에 '내가 던져 볼까'란 대사를 읊는다. 왕년의 명투수 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고 싶을 만큼 부진한 현 삼성 투수진의 상황을 꼬집는 컷. 이런 식으로 팀당 한 컷씩, 8컷으로 8팀의 얘기를 담는다.
지난 23일 만난 최훈씨는 TV 리모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매일 이렇게 네 경기를 돌려보다 보면 '이걸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한정된 컷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온종일 아이디어 구상만 할 때가 잦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비교해 야구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요. 제 웹툰이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K리그를 내 손안에, 샤다라빠
일본 힙합그룹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필명 '샤다라빠'로 포털사이트에 '풋볼 다이어리'를 연재하는 김근석씨는 "내 몸에는 노란(성남의 상징색) 피가 흐른다"고 말할 정도로 소문난 성남 팬이다. 성남 홈 경기 때는 빠뜨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는 김씨는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느낀 점을 만화를 통해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풋볼 다이어리'는 고양이 캐릭터인 샤다라빠가 그 주 K리그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웹툰이다. 프로축구연맹의 무능을 꼬집는 거침 없는 쓴소리도 '풋볼 다이어리'의 매력이지만 재치 넘치는 유머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비결이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패러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축구 팬으로서 K리그를 다룬 웹툰이 하나도 없다는 데 실망해 직접 그리게 됐다"는 김씨는 프로축구 중계가 거의 없는 탓에 주위 팬들의 이야기나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프로야구 롯데를 다룬 '꼴데툰' 등 현재 5편의 스포츠 웹툰을 연재하는 김씨는 "팬들이 제 웹툰을 보고 K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반응을 보일 때 그리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