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국경을 넘어 대륙의 빙판 달군다

조선일보 기자I 2009.01.05 07:57:17

3개국 팀이 단일리그 열전… 팬들 크게 늘어

마케팅·스폰서 유치 등 수익구조 아직 취약

[조선일보 제공] 아이스하키가 아시아 스포츠의 틀을 바꿔놓고 있다. 4일 일본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 하쿠조 아레나에서는 한국의 안양 한라와 홈 팀인 오지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2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본 이 경기는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의 정규시즌. 아시아리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3개국 팀들이 함께 단일 리그를 치르고, 매 시즌 포스트시즌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국가의 벽을 넘어서 대륙으로 권역을 넓혀가고 있는 아시아리그는 올 시즌이 공식적인 다섯 번째 시즌. 2002년 말 경제 불황이 한국과 일본을 강타하면서 실업팀이 크게 줄어 자국 리그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게 탄생 배경이 됐다. 당시 유일한 실업 팀이었던 한라의 구단주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생존에 고심하던 일본 연맹 관계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한국 1개 팀과 일본 4개 팀으로 2003~ 2004시즌을 시범리그로 운영했다. 이어 2004~2005시즌에는 중국 두 팀, 극동 러시아 한 팀이 합류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리그가 시작됐다.

3개국 리그이다 보니 심판 배정, 기록 관리 등 기본적인 운영은 도쿄 내 리그본부에서 맡지만, 홈 경기 운영, 원정 경기 숙식과 교통 문제는 각 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참가 팀의 사무국장급 임원과 각국 협회 관계자가 시즌이 없는 기간에 매월 서울과 도쿄, 베이징에서 돌아가면서 실행위원회를 개최한다. 각국의 수준 차이는 외국인 선수의 숫자로 문제를 해결한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를 2명, 한국과 중국은 4~5명을 보유할 수 있다. 한·중·일 선수는 외국인 범주에서 제외돼 한국 선수가 일본이나 중국 팀 소속으로 뛸 수 있다.

아시아리그는 3개국 간 아이스하키의 수준 차이를 좁히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 팀들이 2차례나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올랐다. 팬들도 크게 늘었다. 아시아리그가 시작되기 전 국내 대회 관중은 40~5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라의 홈 링크인 안양의 경우 매 경기 평균 1000명 가까운 관중이 돈을 내고 입장한다.

리그 관계자들은 아시아리그가 안정기에 이르렀다고 자평하지만,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걸림돌이 많다고 보고 있다. 아직 국가별로 마케팅기능이 미약한 데다 타이틀 스폰서 유치, 방송 중계권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다시 경제 위기가 닥친 것도 악재. 일본 명문팀 세이부 프린스 래비츠가 올 시즌을 끝으로 팀 해체를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리그 관계자들은 위기에서 희망을 찾아보고 있다. 최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새너제이 샤크스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 시즌에 참가 중인 차이나 샤크스는 새너제이 샤크스가 운영하는 팀.

고지마 준야 아시아리그 실행위원장은 "아시아리그의 목표는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고, 아시아 국가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이라며 "수준을 높이다 보면 리그 자체에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구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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