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폴리우레탄이냐 탄성고무 시트냐
★탄성고무 시트 트랙
이미 만들어진 고무를 지면에 단단히 접착 폭발적 스퍼트 필요한 단거리에 유리
★폴리우레탄 트랙
5개 층으로 이뤄진 액체 합성재료 충격 잘 흡수해 중·장거리에 유리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소리 없는 '트랙 전쟁'이 시작됐다. 대회 개최 장소인 대구스타디움(대구월드컵경기장)에 사용될 400m 육상트랙을 놓고 업체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막을 올린 것이다. 올림픽, 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 트랙의 시공사가 되면 업계 내 위상이 달라지며 다른 공사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대구의 공사 규모는 최대 30억원 정도. 상징성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구의 결정은 전국 47개의 400m 공인 트랙을 포함, 기존 200여개 육상트랙의 개·보수 작업과 신축 트랙 재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폴리우레탄 vs 복합탄성고무
대구스타디움의 육상 트랙은 지난 2003년 코오롱이 폴리우레탄으로 시공했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IAAF(국제육상연맹)의 '클래스 1(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경기장)' 공인을 받았으며 이후 대구국제육상대회의 무대로 활용됐다. 대구는 국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을 치르는 만큼 산뜻한 새 트랙으로 선수들을 맞겠다는 계획이며 내년 중으로 재질을 정한다.
폴리우레탄 트랙은 연질 우레탄과 반경질 우레탄 등 5개의 층으로 이뤄진 액체 합성 재료를 표층 위에 차례로 부어서 만든다.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히는 과정을 연상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코오롱과 KCC, 강남화성 등이 IAAF 공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대구스타디움 입성을 노리는 합성고무 시트(sheet) 시공 방식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지면에 단단히 접착시키는 것으로, 카펫을 까는 작업과 유사하다. 이탈리아의 몬도사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에스콰이아 건설 등이 몬도를 수입·시공하고 있다.
◆단거리의 몬도, 중장거리의 폴리우레탄
두 재질 모두 IAAF의 공인만 받으면 국제대회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 대형대회에선 몬도가 강세. 몬도측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9차례 올림픽 중 88서울을 제외한 8차례의 대회에서 몬도트랙이 사용된 점을 강조한다.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00m, 200m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데는 트랙의 영향도 컸다는 주장이다. 몬도는 스파이크의 밀림 현상이 적어 폭발적인 스퍼트가 필요한 단거리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공도 간편하고 균일한 트랙 두께를 확보할 수 있다. 에스콰이아 건설측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몬도 트랙이 주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폴리우레탄은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중·장거리에 유리하며 선수보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구 연한이 길고 보수가 쉽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1986년에 시공된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트랙(폴리우레탄)이 2000년 한 차례 보수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22년간이나 장수하는 것을 대표적 사례로 내세운다. 폴리우레탄 업체에선 "국내 생산·시공이 가능한 재질이 있는데 왜 굳이 수입산을 써야 하느냐"고 말한다.
폴리우레탄 시공사측은 몬도의 단점으로 ▲트랙 위에 이음매 자국이 남을 수 있고 ▲지면과 트랙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몬도측은 ▲폴리우레탄은 현장 도포형이어서 두께가 균일하지 않고 ▲표면이 쉽게 딱딱해지거나 마모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양 재질의 내구 연한이나 유지 보수 비용, 방수 능력 등을 둘러싼 의견은 업계에서도 서로 엇갈린다.
몬도측의 대표작은 IAAF 클래스1 공인을 받은 천안종합운동장(2001년)·고양종합운동장(2003년) 등이 있으며 코오롱측도 클래스1의 대구-인천 월드컵 경기장 등을 조성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기장은 1995년(스웨덴 예테보리)~2005년(핀란드 헬싱키)까지 6회 연속 몬도 트랙이 사용됐다. 그러나 2007년 일본 오사카 대회 때는 폴리우레탄 트랙에서 경기가 열렸다. 폴리우레탄 시공사에선 "아시아처럼 연중 기온차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내성 좋은 폴리우레탄이 낫다"고 말한다.
◆고심하는 대구 조직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고민에 싸여 있다. 조직위는 대회 유치 당시에는 "IAAF가 권장하는 재질(몬도트랙 등)의 트랙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구스타디움 트랙 원시공사인 코오롱은 국내 업체의 자존심을 걸고 폴리우레탄을 사수하겠다는 입장.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가 '뜨거운 감자'인 트랙의 결정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회 운영은 조직위의 몫이지만 이후의 시설 유지 관리는 대구시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어느 쪽이 되든 개최 도시인 대구시와 한국 육상발전에 유리한 쪽을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결국은 경쟁을 통해 결정될 문제이며 무엇보다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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