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이제 출발이다. 올스타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떠난다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처음 모두 모이던 날, 한 사람 생각이 참 많이 났다. 내 친구 정성훈(히어로즈). 삼십년 가까이 모르고 지내다 불과 며칠만에 세상에 둘 도 없는 사람이 되버린 친구다.
성훈이를 처음 알게된 건 지난 3월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때다. 그동안 이름은 알고 지냈지만 제대로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해보지는 못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대표팀이나 올스타전을 통해 만난 기회가 많았음에도 한번도 같이 지내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제 성훈이는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주는 친구다.
최종 예선을 앞두고 합숙을 할때 일이다. 야구 선수들에겐 정말 실망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이젠 FA 선수들에게 계약금이나 다년계약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대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내가 FA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 정말 속상했다. '하필이면 왜...' 당시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때 흔들리던 나를 잡아준 것이 성훈이였다. 성훈이는 화를 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화를 낸다고 뭐가 바뀌냐. 단장들이 이미 합의했다는데 네가 속상해하고 신경쓴다고 당장 바뀌겠냐. 신경쓴다고 되지 않을 일을 고민하는 게 제일 바보 같다."
그러더니 한 마디를 더 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해서 해 놓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낸 다음에 생각하면 되지 않겠냐. 나머지는 그냥 하늘에 맡기자. "
어쩌면 참 평범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생각을 실제로 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힘이 들거나 고민이 생기면 그때 성훈이가 해 준 얘기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전화를 통해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다는 것에 지금도 감사한다.
며칠 전 대표팀이 소집된 뒤 후배들에게도 그 얘기를 해줬다. 잘 모르던 사이더라도 앞으로 정말 소중한 인연이 될 수도 있다고...
이번엔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이진영의 베이징 일기'는 이진영 선수가 직접 구술한 내용을 정철우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올림픽 기간 중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진영 선수의 눈에 비춰진 베이징 올림픽과 우리 대표팀, 그리고 그들의 금메달 도전기를 통해 보다 생생한 올림픽 경험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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