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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훌쩍 큰 '코메리칸' 앤서니 김

조선일보 기자I 2008.07.09 09:04:27

세계랭킹 14위로 급상승 상금도 벌써 작년의 2배
2년 만에 최고스타 대열에
LA에서 태어났지만 초등교 방학때마다 서울 와
2세치고는 한국말도 잘해


[조선일보 제공] 300야드를 웃도는 호쾌한 드라이브샷과 도전적인 경기 운영,'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2006년 8월 오클라호마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에 뛰어들 때부터 '우즈의 후계자'로 꼽혔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23·한국명 김하진)이 2년 만에 세계 남자골프 최고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7일 미국 PGA(남자프로골프) 투어 'AT&T 내셔널'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무릎 수술로 필드를 떠난 우즈 대신 미국PGA투어의 '흥행카드'로 떠오른 것이다.

앤서니 김은 8일 발표된 세계골프 랭킹에서 지난주보다 6계단 상승한 14위에 올랐다. 올 시즌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10위 이내 진입도 시간 문제다. 미국 PGA투어 시즌 상금 랭킹은 우즈, 필 미켈슨, 스튜어트 싱크, 케니 페리(이상 미국)에 이어 5위(325만6622달러)로 뛰었다. 올 시즌 절반을 치르고 작년 상금(154만5195달러·60위)의 2배 이상 벌었다. 올 시즌 1라운드 평균타수는 69.55타로, 미켈슨(69.45타)에 이어 2위. '톱10'에는 최경주보다 한 번 더 많은 네 번 올라 공동 17위다.

우즈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마크 오메라(미국)가 "20대 초반의 우즈 스윙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린 게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5세 이하의 나이에 한 시즌 2승 이상 거둔 선수는 그와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아담 스콧(호주) 4명뿐이다.

앤서니 김의 탄생에는 '골프 대디(daddy)'로 나선 아버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70년대 초 미국 LA로 이민을 간 김성중(66)씨와 최미령(57)씨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카지노 딜러와 녹용 판매상을 했던 김씨는 아들을 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 '독재자'처럼 그를 훈련시켰다. 앤서니 김이 고교에 진학할 때 아버지는 LA 시내 집을 팔고 은행 대출을 받아 인근의 라 킨타로 이사했다. 골프장 옆에 살아야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승을 해도 스코어가 나쁘면 우승컵을 내팽개칠 정도로 엄했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도 컸지만, 그 덕분에 앤서니 김은 고교 시절부터 미국 아마추어 골프 무대를 휩쓸었다.

그는 지난 3월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제주도에 왔을 때 "한때 말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지만, 그런 아버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됐다"고 말했다. 냉랭했던 부자 사이는 2006년 12월 앤서니 김이 미국 PGA투어 Q스쿨에 합격한 뒤 풀렸다.

그는 교포 2세치고는 한국말을 잘한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어머니가 그를 서울의 이모집에 보내 한국 말을 배우게 한 덕분이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가진 인터뷰 때 그는 자신이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부모의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골프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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