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마(일본)=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시작은 미비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류시원의 일본 진출 과정이 그랬다.
류시원은 NHK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을 통해 3년 전 일본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배우가 아닌 가수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두 장의 음반을 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음악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라는 그는 가수로의 못 다 이룬 꿈을 일본에서 실현 중이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토끼처럼 빨리 꿈을 향해 달려온 3년. 류시원은 한해도 빠짐없이 라이브 투어 콘서트를 통해 일본 팬들과 만났다. '꿈의 공연장'이라 불리는 도쿄 부도칸 2년 연속 공연', '3년 연속 투어 콘서트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도 달성해냈다. 현지화의 필수 조건인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냈음은 물론이다.
팬층도 한층 넓어졌다. 데뷔 초만 하더라도 류시원의 팬층은 30~40대 여성팬이 90%에 달했다. 그런데 요즘은 공연장을 찾는 남성 팬들도 크게 증가했을 뿐더러 10~20대의 젊은 여성팬들까지 팬층이 확대됐다고 한다.
가수 류시원의 일본 내 인기는 그의 콘서트를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고베, 나고야를 거쳐 사이타마 공연까지 이어진 2007 라이브 투어 콘서트. 3개 도시 7회 공연을 가진 류시원은 이번에 6만5000여개의 전 좌석을 매진시키는 진기록을 달성해냈다. 뿐만 아니다. 매번 공연장은 류시원을 열호하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후끈 달아오른다.
◇ 지나온 3년보다 앞으로 2년 중요... "음반 판매도 보아만큼 성공 목표"
2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3개 도시 투어 마지막 공연을 준비 중인 류시원을 만났다. 그는 일본 활동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일본 어디를 가도 한국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에서 성공한 스타로서 류시원은 일본 내 한류 위기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류시원은 "한류가 예전같지 않다"면서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일본의 문화에 맞게 활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이타마 공연 직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스타디움에서 가진 류시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나고야 공연 때 요통을 비롯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 고베 공연 당시 음향 및 시스템 밸런스가 제대로 잘 들어 맞질 않았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나고야 공연을 앞두고 하루 12시간씩 무리하게 연습을 강행했는데 그게 화근이 됐었던 듯 하다.
- 지금 컨디션은 어떤가.
▲ 현재 컨디션도 100% 완벽하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 공연에서 팬들을 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싶다. 팬들의 사랑이 늘 큰 힘이 된다.
- 피날레 공연을 앞두고 있는 소감은.
▲ 벌써 일본에서 3년에 걸쳐 세번째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다. 고베 3회 공연, 나고야 2회 공연, 24일 있는 사이타마 2회 공연까지. 매 공연마다 사랑해주어 고맙고, 콘서트를 한번 할 때마다 내 자신도 배우는 게 많다. 콘서트를 하면 할 수록 팬들도 더불어 늘어간다. 그런 점이 특히 기분 좋다.
- 지난 해 공연 때와 달라진 점은.
▲ 곡수가 28곡으로, 총 공연시간이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로 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작년에는 1회 공연에 평균 1만명이던 관객도 2만명 정도로 늘었다. 이번 4집 앨범에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 다수 포함돼 있다보니 팬층도 다양해졌다.
- 사이타마 공연에서는 특별히 유니를 위한 무대도 마련했다.
▲ 1월 일본에서 레코딩을 하고 있을 때 유니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유니는 중학교 때부터 봤던 오래된 친구고 예뻐하는 동생이다. 96년 SBS '행복은 우리 가슴에'에 유니와 함께 출연했다. 유니를 그렇게 보내고 1주일 정도 후에 만들어진 곡에 노랫말을 붙였다. 그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었다. 얼마 전 유니의 생일이었다. 사이타마 공연에서 유니를 위한 노래 '왜...왜...'의 무대를 특별히 마련한 건 유니에게 자그마한 생일 선물을 건내고 싶어서였다.
-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열 계획은 없나.
▲ 일본에서는 공연이 익숙하고 편한데 한국에서는 아시다시피 음반 활동을 전혀 안하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에서의 공연 계획은 딱히 없는 상태다.
- 한류가 쇠퇴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 한류에 대한 대우가 확실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일본 오락프로그램 출연이 현저히 줄었고, 방송관계자들이 한류 붐이 일었던 제작년만 해도 한류스타라면 맹목적으로 섭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엔 특별한 화제가 있는 경우나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한류에서 벗어나 활동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에서 활동하려면 일본 문화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음악 프로그램 못지 않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도 중요시 여기는데 한국 스타들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마다하는 경향이 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성장해야 한다.
- 국내 다른 한류스타들과 다르게 일본만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가 있나.
▲ 주어진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기 싫었을 뿐이다. 물론 중국, 필리핀, 태국, 일본 등 여러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을 택했다. 일본에서 활동하기로 결정한 이상 100%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했다.
- 일본 활동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 콘서트가 연일 매진이다. 앨범 판매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대 목표는 일본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류시원이라는 가수를 알아봐주는 것이다. 앨범 판매량에 있어서도 보아처럼 성공할 수 있었음 좋겠다. 일본 스타일에 맞게 생명 긴 가수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나온 3년보다 앞으로의 2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본 진출 5년 안에 꿈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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