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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 2년째를 맞이한 올해는 더욱 발전했다.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29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내고 있다. 31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단 1점만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는 2승뿐이지만 평균자책점은 컴퓨터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숫자다.
네일의 무기는 마구로 불리는 ‘원심 패스트볼’이다. 원래 네일은 지난해 변종 직구인 ‘투심 패스트볼’과 변형 슬라이더인 ‘스위퍼’를 위주로 던졌다. 구종은 두 가지로 단순했지만, 워낙 공에 힘이 좋고 변화가 심하다 보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나 네일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미국에 돌아간 뒤 비시즌 동안 자신의 투구를 돌아보고 분석했다. 선발투수로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새로운 구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가 체인지업과 커브다, 구종이 늘어나니 네일과 상대하는 타자들은 더 혼란스럽다.
네일은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 위해선 상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공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체인지업과 슬로우 커브를 던지는 훈련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은 더욱 업그레이드 했다. 투심 패스트볼은 패스트볼의 일종으로 손가락 검지와 중지를 공에 있는 두 개의 실밥에 나란히 걸쳐 잡고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패스트볼과 달리 회전축이 기울어져 날아가기 때문에 타자 앞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네일도 이 투심패스트볼로 지난 시즌까지 큰 재미를 봤다.
그런데 올 시즌 네일이 던지는 공은 엄밀히 말하면 원심 패스트볼이다. 실밥 위에 중지 하나만 걸쳐서 패스트볼을 던진다. 대신 공을 강하게 찍어 눌러야만 구속이나 공 회전수가 유지된다. 그만큼 공을 누르는 손가락의 힘이 더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그의 오른쪽 중지는 항상 살점이 떨어지고 그 위로 주변에 굳은살이 겹겹이 박혀있다.
네일은 “대학 리그에서 원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는데, KBO리그 공인구에는 이 공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스트라이크 존 낮은 곳에 잘 꽂혀 제구하기 더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늘 연구하고 노력하는 네일의 자세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네일이 일찍부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면서 “지난해는 투구 수 70개 넘으면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90개 이상 던져도 괜찮다”고 말했다.
네일이 KBO리그 2년 차에 이처럼 성공을 이어가는 데는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늘 밝고 긍정적이다. 외국인선수임에도 더그아웃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청한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네일은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얼굴에 타구를 맞아 턱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선수인생이 끝날 수 있었던 큰 위기였다. 하지만 초인적인 회복 속도로 불과 두 달 만에 마운드에 복귀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5차전 선발로 나서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네일이 타구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팀과 동료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네일은 “지난 시즌에는 워낙 중요한 경기(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보니 두려워하고 긴장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런 상황 자체가 회복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네일이 너무 잘 던지니까 KIA 팬들은 기뻐하면서 동시에 걱정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팀에 스카우트돼 KIA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일은 한참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우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 같은 활약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언젠가 시즌 중간에 위기가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계속 배운다는 자세로 연구해서 부족한 점을 메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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