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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잠시. 이내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향해 날카로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게 된 과정과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를 직격했다. 그는 “제가 부상을 겪은 상황에서 대표팀에 너무 크게 실망했고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우리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칫집은 한순간 초상집으로 바뀌었다. 싸늘하고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안세영 파문은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안세영의 입에서 또 무슨 얘기가 나올지 계속 주목했다. 안세영은 공식 인터뷰에서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말해 국가대표 은퇴 해석을 낳았다. 이후 SNS를 통해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선을 그었다.
안세영은 귀국 직전 “돌아가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정작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땐 “소속팀과 상의 후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 관리가 소홀했다는 주장 등엔 적극 반박했다. 올해 2월부터 안세영에게 전담 트레이너를 붙였고, 올림픽 사전캠프에서 안세영이 발목을 다쳤을 때 그가 원하는 한의사를 파리로 섭외하는 등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여러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감사원·국민권익위·경찰 등 출신 인사로 포진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안세영은 곧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가대표 은퇴 후 국제대회 출전 허용 및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등의 규정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협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국가대표 은퇴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서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햇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물론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안세영이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