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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선 종종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철인’이 등장한다. 2024 파리올림픽 육상 중·장거리에서는 혼자 4개 종목을 뛰는 ‘철녀’가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육상 여자 국가대표 시판 하산이다.
미국 NBC 스포츠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마음을 사로잡을 선수로 소개한 하산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육상 장거리 스타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육상 5000m와 1만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1500m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육상 선수가 단일 올림픽 3개 이상의 중·장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하산이 두 번째다.
하산은 파리올림픽에서 무려 4종목에 출전한다. 오는 8월 2일 5000m 예선을 시작으로 5일 5000m 결승, 6일에는 1500m 예선, 8일에는 1500m 준결승, 9일 1만m와 10일 1500m 결승,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마라톤 풀 코스인 42.195㎞를 뛴다.
만약 하산이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완주하면 혼자 6만 6695m를 달리게 되며, 이는 단일 올림픽 사상 최장 기록이다.
가장 먼저 경기를 시작하는 5000m에선 하산이 강력한 우승 후보다. 케냐의 페이스 키피에곤이 2023 세계선수권 5000m에서 하산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파리에선 하산이 금메달에 더 가까이 있다는 평가다.
1만m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경쟁자로는 구다프 체가이, 레테센벳 기디, 에가예후 테이(이상 에티오피아) 등이 있지만, 하산이 치열한 경쟁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500m에선 올림픽을 두 번이나 키피에곤과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산은 파리올림픽 마라톤에서도 완주와 함께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계 기록 보유자인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와 메달 색깔을 두고 다툴 예정이다. 하산의 세계랭킹은 2위다.
그녀는 올해도 4월에 런던 마라톤을 완주했고, 2분 18초 3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우승 뒤엔 “정말 놀라웠다”라며 “마라톤을 완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라고 기뻐했다. 파리에서도 마라톤에 출전해 4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하산이 출전하는 4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하면 근대 올림픽 127년 역사상 유일하게 중장거리 4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역사를 쓴다.
육상 중·장거리 여자 선수로 2개 종목 이상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에밀 자토펙이 5000m와 1만m 그리고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게 유일하다.
NBC 스포츠는 “하산이 자토펙을 뛰어넘을 기회를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1993년생인 하산은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5세 때 난민이 돼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한 그녀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중 육상을 시작했고, 곧 네덜란드 대표로 선발됐다. 2014년 취리히 유럽선수권 1500m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데뷔했다. 첫 올림픽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전례 없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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