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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출격을 앞둔 ‘탈출’은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생존 스릴러다. CJ ENM 배급작으로 지난해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을 통해 먼저 베일을 벗었다. 고 이선균과 함께 주지훈, 김희원, 김수안, 박희본, 박주현, 문성근, 예수정, 구성환, 하도권 등 전 세대에 걸쳐 활약 중인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선균은 ‘탈출’에서 주인공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차정원 역으로 분했다. 극한 상황 속 직업정신을 잃지 않은 공무원의 책임감과 부성애, 인류애 등을 그렸다.
국내 최정상급 제작진까지 가세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기생충’, ‘버닝’, ‘곡성’의 홍경표 촬영감독, ‘신과 함께’, ‘승리호’의 VFX(시각 특수효과)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 ‘부산행’ 박주석 시나리오 작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건문 무술감독도 의기투합했다.
‘탈출’은 이번 여름 한국영화 중 제작비 규모가 가장 큰 작품이다.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 속 재난상황을 구현하고자 1300평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300여 대의 차량과 중장비까지 투입됐다. 순제작비 185억원 규모에 손익분기점은 약 400만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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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작인 ‘행복의 나라’도 비교적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편에 속한다. 순제작비 106억원, 손익분기점은 27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NEW가 배급을 맡은 ‘행복의 나라’는 근현대사를 다룬 시대극이다. 이선균이 똑같이 주연을 맡았으나 앞서 선보이는 ‘탈출’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피고인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선균은 실존 인물인 박흥주 육군 대령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박태주 역을 맡았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다, 지난해 1312만명을 동원한 ‘서울의 봄’과 비슷한 시점의 역사를 다룬 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다.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여름 성수기에 고인의 유작 두 편이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개봉하는 배경은 장기간 이어진 극장의 불황, 이와 함께 변한 국내 박스오피스의 판도와 얽혀 있다. A영화제작사 대표는 “팬데믹 이후 티켓값 상승과 함께 극장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개봉 시기를 놓친 영화가 많다”며 “‘탈출’과 ‘행복의 나라’도 여러 사정으로 개봉까지 수 년이 걸린 작품이다. 여름 개봉 부담은 크지만 창고영화로 더 묵히기엔 두 영화 모두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연내 개봉을 목표로 정공법을 택한 결과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극장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과정에서 극장가 성수기, 비성수기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팬데믹 이후 지난 2년간 여름 시즌에 개봉했던 국내 텐트폴 대작들의 과반수가 손익분기점 절반도 못 건지고 흥행에 참패했다”며 “이를 계기로 리스크가 큰 배팅 대신 실패를 줄이는 방향으로 영화계 투자 심리가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계가 올여름 대작 대신 중저예산 영화들을 배치해 리스크를 피하려는 ‘가늘고 긴’ 개봉 전략을 취하면서 고인의 유작 두 편의 공개 시기가 공교롭게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윤 평론가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하는 부담은 있겠지만, 작품의 장르도 고인이 연기한 캐릭터도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