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위상·산업 초토화"…유아인→이선균 마약 스캔들이 낳는 나비효과

김보영 기자I 2023.10.30 06:30:00

영화 네 편 초토화…관련 콘텐츠 주가까지 폭락
전수조사→개인 스케줄 동행…고심 중인 연예기획사
달라진 한류 위상…업계 종사자 도덕성 중요해져
배상 조항 있어도 시행 어려워…개인이 경각심 가져야

(왼쪽부터)유아인, 이선균, 지드래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두 배우로 인해 당장 개봉되지 못하는 영화들의 제작비만 합해도 최소 600억 원입니다”

올해 배우 유아인부터 이선균으로 이어진 마약 스캔들을 지켜본 영화·드라마 제작사 대표 A씨는 “모든 제작자가 ‘남의 일이 아니다’란 마음으로 걱정하며 이 사태를 보고 있다”며 “제작사나 배급사의 주식 폭락, 더욱 위축될 영화산업 투자 등 파급력을 생각하면 피해가 너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약 투약 혐의로 배우 이선균이 입건된 이후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GD, 본명 권지용)까지 이어지면서 연예계 전체가 떨고 있다. 이번 수사가 연예계 전체의 ‘마약 게이트’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어렵게 쌓은 한류의 이미지와 위상까지 추락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일련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한국 영화 등 연예 산업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예인 일탈 등의 사건은 계약서에 처벌 및 배상을 강화 조항을 넣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를 구제하기란 역부족”이라면서 “결국 연예인들이 더욱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고 지적했다.

◇올해 마약 연예인 5명→외신 집중보도…콘텐츠주 폭락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등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은 지난 28일 오후 인천 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로 출두해 약 한 시간여에 걸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선균과 별개로 인천경찰청은 가수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도 포착, 그를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추가 증거 및 단서들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마약에 연루된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연예계 관계자들은 수사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선균은 지난 2001년 데뷔해 여러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한 인기를 누린 정상급 스타다. 특히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201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출연을 계기로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배우가 됐다.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작품 중 그가 출연한 영화만 두 개나 됐을 정도다. 이선균은 당시 영화 ‘탈출: THE PROJECT SILENCE’(이하 ‘탈출’), ‘잠’으로 가족들과 칸 레드카펫을 함께 밟았다. 그랬던 만큼 이번 마약 스캔들은 국내를 넘어 외신들도 집중보도하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톱스타의 마약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배우 유아인과 가수 남태현, 방송인 서민재의 경우까지 합하면 올 한 해에만 다섯 명의 스타가 마약에 연루됐다.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범죄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류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유아인에서 이선균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로 한국 영화계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두 사람의 혐의로 공개하지 못하게 된 영화만 네 편, 유아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영화 ‘하이파이브’, 이선균 출연의 ‘탈출’, ‘행복의 나라’가 그 예다. 이 영화들의 제작비만 합쳐도 600억 원 이상이다. ‘탈출’은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 140개국 선판매를 마친 상황이고, ‘행복의 나라’는 이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던 기대작이다.

콘텐츠 주가도 바닥을 쳤다. ‘탈출’을 배급한 CJ ENM의 주가는 이선균이 마약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후인 지난 24일 기준 5만 1800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50.83% 급락했다. ‘하이파이브’와 ‘행복의 나라’를 배급한 NEW의 주가 역시 올해 초 8150원에서 같은 날 4415원으로 45.84%나 하락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요즘 한국 영화 시장이 어려워 작품을 잘 만들기만 해도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려운데 이번 사태로 영화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내년, 내후년 극장 상황이 암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아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승부’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탈출: THE SILENCE’ 해외 포스터. (사진=CJ ENM)
◇전수조사·개인 스케줄 동행…중요한 건 책임감·도덕 인식 함양

연예인 기획사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아티스트 전수조사 등 이들의 범죄를 사전에 방지할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속 연예인들에게 민감한 이슈를 대놓고 물어볼 수 없어 조심히 접근 중”이라고 귀띔했다. 매니저가 가수의 개인 스케줄까지 동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배우 기획사 매니지먼트 본부장 C씨는 “매니저와 배우들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 연예인이 대중의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고, 한 명의 일탈이 작품에 관계된 수백 명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으니 서로 조심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드라마 제작자들의 경우, 연예인 범죄로 인해 작품이 공개되지 못하는 사례들을 막고자 이미 오래전부터 계약서에 관련 조항 문구를 삽입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받기엔 한계가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드라마 제작사 대표 D씨는 “연예인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배상의 범위를 정해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법률적 판단이 확정될 때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판단이 이뤄진 이후에도 피해액 배상 범위를 산정하기에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생 그 작품만 손꼽아 기다렸을 감독이나 작가, 스태프들의 커리어에도 손상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돈으로 환산할 순 없다. 결국 연예인들이 더 책임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K콘텐츠 등 한류의 위상은 예전과 달리 세계적인 파급력을 갖게 됐다. 그만큼 한류에 관련된 스타들도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선한 영향을 줘야 하는데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품과 노래를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업계 관계자들의 도덕성 함양이 매우 중요해졌다. 개인의 일탈이 산업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교육적 방안들을 연예인들부터 매니지먼트사,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등 업계 전체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연예계 마약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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