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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4시간 넘게 운전하고 강원도 인제까지 왔다는 20대 여성 김정미 씨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대 속도 300km를 자랑하는 V8, 6200CC 경주용 차량에서 내뿜는 굉음은 여름밤의 열기와 맞물려 더 강하게 귀를 찔렀다. 밤에 열리는 레이싱이 낮에 열리는 레이싱과 가장 다른 점은 차량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조명을 달고 트랙을 질주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빛을 내뿜고 달리는 차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쏠쏠했다.
지난 9일 밤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슈퍼레이스 슈퍼 6000 클래스 ‘나이트 레이스’. 밤늦은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레이싱 대회를 개최하는 슈퍼레이스가 매년 야심 차게 준비하는 이벤트다.
이날 레이스에선 ‘2002년생 드라이버’ 이창욱(엑스타 레이싱)이 초반부터 독주를 펼친 끝에 23랩(바퀴)을 37분 57초 828로 주파해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 1위와 결승 1위를 휩쓰는 ‘폴 투 윈’을 달성했다. 나이트 레이스에서 우승한 드라이버에게는 ‘밤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이창욱이 ‘밤의 황제’ 자리에 등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재현(넥센-볼가스 모터스포츠·38분 10초 308)이 2위를 차지했고 역시 2002년생인 이찬준(엑스타 레이싱·38분 10초367)이 무려 100㎏의 핸디캡 웨이트를 극복하고 3위에 올랐다.
이날 열린 나이트 레이스는 관중이 무려 1만5354명이나 몰렸다. 이는 종전 슈퍼레이스 최다 관중 기록(2019년 강원 국제모터페스타 1만2242명)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인제군이 전체 인구가 3만2000여명 정도의 작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나이트 레이스는 슈퍼레이스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특별 이벤트다. 레이싱 경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이날은 유명 래퍼 한해와 마미손이 공연을 펼치면서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사실 직접 차량을 모는 드라이버 입장에서 야간에 레이싱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창욱은 “나이트 레이스가 선수로서 부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코스가 잘 안 보이고 다른 차량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스나 차량에 대한 데이터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3위를 차지한 이찬준도 나이트 레이스가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는 “밤에 열리는 레이스는 조명 때문에 뒤 차량을 구별할 수 없고 누가 나를 쫓아오는지 알 수 없다”며 “시야 구별이 잘 안되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더 심하고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드라이버들은 나이트 레이스가 매력적이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팬이 찾아와 열성적으로 응원해주기 때문에 더 우승에 대한 의욕이 생긴단다.
대회를 개최하는 슈퍼레이스도 나이트 레이스에 대한 높은 관심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오는 8월 19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5라운드도 나이트 레이스로 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1년에 한 번 개최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두 번 개최한다. 수도권에서 ‘나이트 레이스’가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인에서 열리는 나이트 레이스는 더 규모를 키워 훨씬 성대한 축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나이트 레이스를 통해 레이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평소 레이싱을 잘 모르는 팬들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이벤트와 볼거리를 준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