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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일 0시(한국시간)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 없이 경기에 나서야 한다. 대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팀을 맡아 경기를 이끌게 된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 경기(한국 2-3 패)가 끝난 뒤 퇴장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한국이 총공세를 펼치던 중 코너킥을 얻었는데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 벤투 감독이 거세게 항의한 데 대한 조치였다.
졸지에 벤투 감독은 대회 1호 퇴장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은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다음 날인 29일 대표팀 공식훈련에 앞서 국내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좋지 않게 반응한 것 같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으나,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심이) 후반전에 명확하지 않은 판정을 내렸다”고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퇴장 명령을 받은 감독은 벤치에 앉지 못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나 문자, 무전기 등으로 소통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벤투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 그리고 경기장까지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오는 것까지다. 라커룸에도 들어갈 수 없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선수단과 떨어져 특별히 마련된 VIP실로 향해 사실상 감금상태가 된다. 경기 후 기자회견도 나올 수 없다.
벤투 감독은 “규정상 내가 경기에서 지시를 내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뒤 “하지만 우리 코치들은 실력이 있고 나와 함께 팀 훈련을 진행해 왔다. 내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과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그들도 실전에서 지시를 내릴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전을 이끌게 될 코스타 코치는 1973년생으로 비선수 출신 지도자다. 2007년 스포르팅에서 벤투 감독을 처음 보좌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곧 벤투 사단의 멤버로 활약했다. 2010년에는 벤투 감독을 따라 포르투갈 대표팀 코치를 맡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팀의 공격 전술 구성과 상대팀 분석 역할을 주로 맡았다.
코스타 코치는 공식적으로 감독을 맡았던 적은 없었다. 비록 감독대행이기는 하지만 사령탑 데뷔전을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무대에서 치르게 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감독이 부재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한국이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5 대패를 당하자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차범근 감독을 대회 중에 전격 경질했다. 차범근 감독이 곧바로 귀국한 가운데 3차전 벨기에전은 김평석 수석코치 지휘하에 치렀다. 고 유상철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그 대회 유일한 승점을 수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