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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은 기존 연주 음원 일부를 그대로 따서 쓰는 음악 기법을 뜻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승인을 받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샘플링 기법을 잘 활용하면 히트 포인트가 검증된 음악으로 신선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샘플링 기법을 활용한 신곡으로 주목받은 팀은 신예 아이브(IVE)와 K팝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BLACK PINK)다.
이들 중 지난달 먼저 신곡을 낸 아이브는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1978년 발표한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샘플링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로 호평을 얻고 있다.
아이브가 샘플링한 ‘아이 윌 서바이브’는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2주간 1위를 차지한 히트곡이다. 가수 진주가 1997년 ‘난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멜로디가 익숙하다.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는 ‘아이 윌 서바이브’의 메인 후렴구가 아닌 간주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인 곡이다. 샘플링으로 따온 구간을 활용하면서 EDM, 팝,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 요소를 배합한 결과 아이브 팀 색깔에 걸맞은 화려한 사운드의 곡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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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캄파넬라’의 감각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바이올린 선율과 트렌디한 힙합 비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 ‘셧 다운’의 매력 포인트. 블랙핑크 멤버들은 “‘셧다운’은 그동안 블랙핑크가 꾸준히 선보여온 카리스마를 다음 단계로 가져간 곡”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두 곡 모두 음악 팬 취향저격에 성공했다. ‘애프터 라이크’는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주간 차트에서 3주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셧 다운’은 발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일간 차트 톱3에 안착했다.
이들에 앞서 레드벨벳(Red Velvet)도 지난 3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으로 호평받으며 차트에서 호성적을 낸 바 있다. 샘플링 기법을 활용한 곡들의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듣는 재미가 부족한 퍼포먼스 맞춤형 음악의 단점을 보완해 다양한 세대 및 국적의 음악 팬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만큼 샘플링곡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유명 팝송의 경우 샘플링 승인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클래식 넘버의 경우 트렌디한 K팝 음악과 조화를 이뤄내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라 샘플링곡이 리메이크 음원 수준으로 쏟아져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