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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광역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 참가한 박현경(22)이 갤러리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롯데 오픈 주최 측은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의 U.S.A(OUT) 코스 7번홀(파3)을 국내 골프 대회 최초로 경기 중 함성과 응원이 가능한 ‘롯데 플레저 홀’로 지정했다. 정형화된 골프 관람 문화를 탈피하고 골프 팬들에 색다른 갤러리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7번홀에서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동안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갤러리들은 맥주를 즐기고 함성을 지르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골프 경기 분위기와는 180도 다르다.
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16번홀을 벤치마킹한 이벤트다. ‘잔디 위의 최대 쇼’로 불리는 피닉스 오픈 16번홀은 3층 규모의 콜로세움 관람석을 최대 2만 명의 관중이 가득 채운다. 정숙을 요구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골프 해방구’로 불리는 이 홀에서는 고성방가 응원이 가능하다. 마음껏 떠들며 응원하고 야유를 퍼부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마시던 맥주를 던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2월 피닉스 오픈 3라운드에서 샘 라이더(미국)가 홀인원을 기록하자 관중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마시던 맥주잔과 물병 등을 코스에 던졌다. 다음날 카를로스 오티즈(멕시코)가 연이어 홀인원을 터뜨리자 갤러리들은 전날보다 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피닉스 오픈은 이런 차별화를 통해 대회를 흥행 선두주자로 이끌었다. 롯데 오픈도 피닉스 오픈처럼 베어즈베스트 청라의 7번홀이 향후 롯데 오픈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롯데 플레저 홀’이 실행된 첫날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갤러리들이 조금 어색해 했다. 평일인 탓에 오전 인기 조인 박현경, 조아연(22), 홍정민(20)이 7번홀에서 플레이했을 때 스탠드에 모인 갤러리는 70여 명에 불과했다. 약 2만명이 운집하는 피닉스 오픈과는 달리 이날 모인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티 샷을 하자 습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선수들이 티 샷을 한 뒤 아쉽게 버디가 빗나갔을 때, 홀아웃을 할 때 환호가 터져 나온 정도였다.
7번홀 갤러리 스탠드에서 오전 조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한 40세 김상규 씨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서 갤러리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이 홀은 갤러리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것 같다”고 느낀 점을 설명했다. 골프는 항상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보는 스포츠여서 답답함을 느끼는 팬들이 많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가 골프 인기에 더욱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는 “이곳이 ‘해방구’라는 인식만 생기면 갤러리도 선수도 다 같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7번홀에 더 생기가 돌았다. 이예원(19)이 버디를 잡아내자 팬들은 “나이스 버디!”를 외쳤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을 흔드는 갤러리들도 눈에 띄었다.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선수들은 스탠드에 모인 갤러리들에게 사인 볼을 전달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30)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고 기프트 건으로 현장 갤러리에게 사인 증정품을 선물로 쐈다.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응원봉을 두들기며 지한솔(26)의 사인 볼을 요청하는 갤러리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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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나란히 코스 레코드를 세운 성유진(22)과 이예원은 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성유진은 “새롭게 시도된 이벤트이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며 “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사인볼도 나눠드리고 직접 환호와 응원을 들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이예원도 “음악이 나오고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 어색하긴 했지만, 가까이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더 힘이 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