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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댄서들의 대결을 내용으로 하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미 젊은 층 사이에서 댄서들은 K팝 스타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K댄스는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댄서 지망생들도 증가 추세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피드백 댄스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박대환(활동명 SO) 디렉터는 “춤은 언어, 문화, 국가의 장벽을 초월해 누구나 따라 추며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장르이자 콘텐츠”라며 “최근 불고 있는 댄스 열풍으로 아이돌이 아닌 댄서의 꿈을 품고 댄스 아카데미를 찾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댄서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진조 크루, 저스트 절크 등 여러 유명 댄스 팀들이 ‘배틀 오브 더 이어’, ‘바디락’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댄스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아메리카 갓 탤런트’를 비롯한 해외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끌어 모으며 K댄스의 저력을 알렸다. K팝 세계화를 견인한 커버 댄스 열풍의 뿌리에도 히트 안무를 만들어낸 재능 있는 댄서들이 존재했다.
비투비, 엔하이픈 등 인기 K팝 그룹들의 안무를 창작한 댄서 두부(DOOBU, 본명 박동현)는 “90년대엔 일본 댄스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2000년대와 2010년대는 각각 미국의 스트릿 댄스와 안무 스타일을 따라가는 추세였다”며 “이젠 스트릿 댄스와 안무 분야 모두 국내 댄서들의 수준이 세계 최고 레벨로 올라선 상태다. K댄스신이 전 세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댄서들은 지금과 같은 바람이 불기 전까진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가수들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던 이들의 처우가 특히 열악했다.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대기실을 제공받지 못해 방송국 복도나 계단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안무 시안비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런 댄서들에게 봄날이 왔다. 비주류에 속해 있던 댄스신은 유튜브, 틱톡 등 각종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과 K팝 안무를 향한 관심 증대를 계기로 주류로 성큼 다가섰다. 댄서들이 각종 댄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점도 인기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MZ세대’가 K팝 가수와 노래뿐 아니라 안무를 창작한 댄서들에게도 관심을 나타내고, 춤을 따라 추고 SNS에 공유하는 등 댄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댄스 열풍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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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콘텐츠 기업 CJ ENM도 댄스 기반 채널 ‘스튜디오 춤’ 운영에 나서 2년여 만에 330만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해외 국가 중에선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국, 태국, 일본이 채널 조회수 상위권에 올라 있다.
‘스우파’는 2021년 히트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정상급 여자 댄스 크루 8팀의 댄스 대결을 담아낸 ‘스우파’는 10주 연속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Mnet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관련 영상의 조회수만 3억4000만건이 넘었고, 종영 이후 열린 오프라인 전국투어 콘서트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스우파’의 성공으로 댄스 열풍은 신드롬으로 번졌다. 허니제이, 노제, 아이키 등 출연 댄서들은 방송계와 광고계까지 접수했다. 화려한 비주얼로 주목받은 노제는 10편이 넘는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몸값은 억대로 치솟았다.
자연스레 직업 위상도 높아졌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서비스운영소위는 지난 16일 인물정보 직업 분류에 댄서와 안무가를 추가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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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댄스는 특정 가수를 지지하는 팬덤이 주축인 K팝에 비해 보다 폭넓은 층이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로 꼽힌다. (사)안무창작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바른손이앤에이 강신범 대표는 “음악을 오디오 콘텐츠가 아닌 안무가 결합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비하는 흐름이 강해지는 만큼, K댄스 콘텐츠 시장 전망은 밝다. 향후 K댄스신이 K팝과 비슷한 규모의 큰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