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7.9조원 시장 잡아라"… 네이버·빅히트·엔씨 '팬덤 플랫폼 3파전'

윤기백 기자I 2020.11.23 06:00:00

팬 커뮤니티에 커머스 결합 '팬덤 플랫폼'
빅히트 '위버스' 필두… 네이버·엔씨 가세
7조9000억원 규모… 팬덤 경제 공략 나서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K팝 팬덤을 향한 엔터기업의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팬십’에 이어 엔씨소프트가 자회사 클렙을 통해 ‘유니버스’를 내년 초 론칭하겠다고 밝히면서 ‘팬덤 플랫폼 3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덤 경제의 총 시장 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간접 참여형 매출의 플랫폼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아티스트 피원하모니의 ‘위버스’ 입점 이미지(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위버스’, 빅히트 매출의 핵심 동력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간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을 견인할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팬덤 경제’를 꼽았다. 그동안 아이돌 문화로 여겨졌던 팬덤 현상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진화하고 있다. 엔터기업들도 팬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에 커머스를 합친 팬덤 플랫폼은 수요와 구매력이 충분한 글로벌 팬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엔터의 새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다. 빅히트는 2018년 7월 IT 전문 자회사 비엔엑스(beNX)를 통해 2019년 6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와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를 론칭했다. 위버스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소식을 영상으로 접하며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누적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지난 7월 1000만건을 돌파했다. 8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860만명, 팬의 총 합산은 1353만명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가수 씨엘, 헨리, 선미 등 외부 아티스트가 꾸준히 입점하고 있다. 매출도 고공행진 중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위버스 및 위버스 샵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1127억원으로 빅히트 총 매출 가운데 38.3%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총 매출인 107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플랫폼을 통한 유통채널 내재화로 외부 유통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어 매출의 70~80% 이상 이익을 남기는 구조가 가능하다”며 “코로나 장기화에 위버스를 통한 온라인·디지털 콘텐츠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핵심 동력은 위버스가 될 것”이라며 2021년 위버스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V라이브 채널(사진=네이버)
◇네이버 ‘팬십’·엔씨 ‘유니버스’ 가세

네이버는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팬덤 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네이버는 지난 8월 ‘브이라이브 팬십’ 역량 강화를 위해 SM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그동안 자체 팬클럽 플랫폼 ‘리슨’을 운영해오던 SM은 내년부터 팬클럽 서비스를 팬십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팬십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의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송출하고, 구독형 팬클럽 서비스인 팬십을 강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는 SM 등 기획사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아티스트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확보, K팝 대표 팬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거대 팬덤을 보유한 BTS가 네이버 플랫폼을 이탈하는 현상을 맞닥뜨리면서 엔터사들과 연합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아티스트 라인업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즈원 ‘유니버스’ 입점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클렙)
엔씨소프트는 지난 7월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엔터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엔씨가 내년 초 정식 론칭 예정인 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AI(인공지능) 등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팬덤 플랫폼이 커뮤니티와 커머스에 국한됐다면, ‘유니버스’는 커뮤니티와 커머스는 물론이고 인터랙티브 소통에 다양한 엔터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기능도 다양하다. 온·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팬덤 활동을 인증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콜렉션’을 비롯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직접 꾸미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웰메이드 독점 콘텐츠 ‘미디어’, 아티스트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받고 답장도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 등 다채로운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또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해 개발된 AI보이스를 통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상황에 맞춰 전화를 받는 등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일상의 경험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참여 아티스트 라인업도 화려하다. 현재까지 아이즈원·몬스타엑스·강다니엘·(여자)아이들·더보이즈·에이티즈·AB6IX·아스트로·우주소녀·CIX·박지훈 등이 유니버스에 합류했다. 유니버스는 내년 초 전 세계 134개국에 동시 출시하며,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3개 언어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겸 한양대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는 “빅히트의 위버스가 거대한 팬덤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SM·JYP 등 기획사가 네이버와 손잡은 팬십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언택트 공연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의 힘을 보여줬다”며 “기획사 입장에서는 팬을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고, 팬 입장에서는 쉽게 스타와 만날 수 있어 향후 팬덤 플랫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