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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독사 같은 이미지’라고 설명이 돼 있었어요. 그냥 ‘조정석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을 했죠.”
배우 조정석은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자신이 연기한 동학농민군 별동대장 백이강 역을 풀이해낸 방식을 이 같이 설명했다. 조정석은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백이강 역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에 대해 “창작할 수 있는 범위가 있어 좋았다”며 “시놉시스에서 주어진 이미지에 갇혀버리면 안되니까 ‘조정석화’했다”고 말했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조정석이 연기한 백이강은 전라도 고부 관아의 악명 높은 이방이자 만석꾼인 백가의 장남이자 백가가 여종을 범해 태어난 얼자다.
인물 설명에는 그냥 독사도 아닌 ‘늦가을 독사’로 묘사됐다. 독이 잔뜩 올랐다는 의미다. 어수룩하거나 지나치게 잘난 것 등 그 동안 조정석이 보여줬던 많은 이미지들과 또 달랐다. 하지만 조정석은 역할에 녹아들었고 드라마의 한 부분이 됐다. 조정석은 “가상 인물로서 작품에 누가 되거나 역사적인 사건에 잘못된 접근을 해버리면 완전히 왜곡될 수 있어 조심했다”며 “감독님, 작가님도 그랬겠지만 스스로 고증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을 하면서 먹먹해지는 순간도 많았다. 그 만큼 작품에 동화가 됐다. 조정석은 “점점 나라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독립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연기할 때 먹먹한 느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털어놨다. 촬영을 하면서 역사 공부를 병행한 영향이 컸다. 최근 한일관계를 비춰 봐도 ‘녹두꽃’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품일 터였다. 조정석도 “시청률이 아쉽기는 했지만 ‘녹두꽃’이라는 작품을 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녹두꽃’은 조정석에게 40대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연기가 막 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또 다른 색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이 생기는 게 내 바람”이라고 말했다.
“‘녹두꽃’은 그런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녹두꽃’을 보시고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늘 변주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