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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다 현재 카타르리그에서 뛰고 있는 사비는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카타르TV 알카스에 출연해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 팀과 우승국을 예상했다.
당시 사비는 카타르가 한국과 8강에서 맞붙어 이긴다고 예상했다. 그때만해도 한국 축구팬들은 코웃음을 쳤다. 사비의 팀 동료인 대표팀 미드필더 정우영 조차 “방송국에서 대본을 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막상 결승전만 남겨둔 상황에서 사비의 적중은 거의 맞아 떨어졌다. 그는 이번 대회 8강 진출팀 가운데 베트남을 제외한 7개팀을 맞췄다. 한국이 8강에서 카타르에게 패해 탈락할 것이라는 점과 일본이 4강에서 이란을 이길 것이라는 구체적인 경기 결과까지 적중했다. 적중률이 80%가 넘는다.
심지어 사비는 결승에서 일본과 카타르가 맞붙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정말 그대로 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란이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4강전에서 일본이 이란에 3-0 완승을 거뒀다. 30일 열린 카타르와 UAE의 4강전 역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UAE의 승리 예상이 우세했다. 그런데 경기는 카타르의 4-0 대승으로 끝났다.
사비의 예언이 신들린듯이 적중하자 전 세계 축구팬들도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폭스스포츠 이탈리아는 ”사비는 이미 한 달 전 아시안컵의 결과를 예견했다“고 전했고 폭스스포츠 아시아는 ”사비의 예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사비는 우승팀으로 어느 팀을 점찍었을까. 그는 카타르를 선택했다. 그가 카타르의 우승을 예상했을때만 해도 ‘립서비스’ 정도로 여겼다. 지금 뛰고 있는 곳이 바로 카타르이기 때문이다. 카타르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는 만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으로 보였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결승까지 오는 동안 6경기에서 16골을 터뜨렸고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한 번의 역습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과의 8강전을 제외하면 경기 내용 면에서도 상대팀을 압도했다.
간판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23·알두하일)는 이번 대회에서 8골을 수확하며 이미 아시안컵 한 대회 최다 골 타이기록을 세웠다. 자국에서 열리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막대한 오일머니를 퍼부어 대표팀 전력을 강화한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3위에 불과하고 지금까지 두 차례 8강 진출이 아시안컵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꿈꾸고 있다.
카타르의 기세가 워낙 대단하다보니 일본도 적잖이 신경쓰이는 눈치다. 일본 매체 게키사카는 ”사비는 카타르가 일본을 꺾고 우승한다고 전망했지만, 카타르는 현재 사비가 뛰고 있는 나라“라며 예상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일본의 전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FIFA 랭킹 50위로 아시안컵에서 이미 네 차례(1992, 2000, 2004, 2011년)나 우승한 일본은 철저한 ‘실리축구’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3-0으로 이긴 이란과의 4강전을 제외하고는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모두 1골 차 승리를 거뒀다. 선제골을 먼저 넣은 뒤에는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해 ‘지키는 축구’를 펼쳤다. 점유율에서 상대를 압도했던 그전 일본 축구와는 180도 달랐다.
일본과 카타르의 결승전은 다음 달 1일 밤 11시 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번에도 사비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그의 이름 앞에 ‘점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