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축구인 안정환, 그의 해설은 남달랐다

김민정 기자I 2018.07.01 00:06:00
(사진=MBC 제공)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욕먹기 전에 좀 잘하지”, “지면 평생 아프지만 경기 중에 다치면 치료하면 된다. 일어나야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었던 안정환이 후배들의 경기를 본 후 한 말이다.

신태용호가 ‘1%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2018 러시아올림픽 16강 진출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안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한국 축구대표팀 월드컵 조별예선 선전을 향한 지상파 3사 해설위원의 중계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무엇보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사이다 멘트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촌철살인 해설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57위)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1위)을 상대로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에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승2패로 3위가 됐지만 나란히 2승1패(승점 3)를 기록한 스웨덴과 멕시코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 그럼에도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경기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MBC 해설위원 안정환은 “오늘 경기 후 온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어 전반 초반부터 파상 공세를 이어가는 독일팀을 몸을 던져 막아내는 한국 선수들에게 “경기 끝나고 상처는 치료하면 되지만 경기를 지면 상처는 평생 간다”고 선수들의 파이팅을 칭찬했다.

이후 안정환은 김영권 골에 오프사이드 판정된 순간 “이거 골 안주면 주심 내려놔야죠”라며 분노했다. 또 “비디오판독을 해야 한다. 상대 선수가 볼을 맞은 거다.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이런 것도 못 잡아 내면 비디오판독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비디오판독이 끝나고 한국의 골로 인정되자 안정환은 “오프사이드였으면 지금 마이크 던지고 내려가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속해서 안정환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쳐서 안 된다. 상대는 때리고 들어온다. 잘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서두를 필요 없다. 앞서 있는 건 우리”라고 말하며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후 독일의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비운 사이 손흥민의 추가골이 터지자 안정환은 “욕먹기 전에 좀 잘하지”라고 환호와 씁쓸함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2000년보다 좋은 성과다. 그동안 할 수 있었는데 못 했을 뿐이다. 축구선수는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뒤이어 다급해진 독일 선수들의 파상공세를 골키퍼 조현우가 최고의 선방을 선보이며 막아내자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조현우 선수 보고 돈 좀 찾아놔야겠다. 대구 팬들 불안하겠다”고 여유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안정환은 “운전만 잘하면 경차가 스포츠카 이긴다고 했지 않았나”라며 “오늘 독일을 꺾었지만 16강에 진출하진 못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4년 후를 위해 모든 것을 점검해야 한다. 오늘의 성과에 취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안정환이 해설을 맡은 MBC는 15.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조사 결과)

(사진=연합뉴스)
안정환의 이같은 입담은 이번 해설 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가 진행하는 MBC 중계 방송을 지켜본 이유다.

지난 18일 한국의 첫 번째 조별 예선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도 안정환은 거침없는 입담을 드러냈다.

이날 안정환은 스웨덴 선수들이 선제골 후 보여준 비매너 태도를 지적했다. 스웨덴 선수들이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눕거나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를 나서는 순간에도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중동에만 침대 축구가 있는 줄 알았는데 북유럽에도 있었다”며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또한 이날 골키퍼 조현우의 활약을 본 후 “대단한 선방이었다. 첫 진출인데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며 “몸매는 다르지만 제2의 이운재가 나왔다”고 극찬했다.

특히 손흥민이 전반 30분 공격하는 상황에서 스웨덴 선수에게 공격 방해를 받고 파울을 얻은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이를 본 안정환은 “축구에서 이런 걸 경고 안 주면 어떤 걸 주겠다는 거냐”고 황당해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우의 태클이 비디오판독결과 파울로 선언되며 실점했다. 결국 한국은 페널티킥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이에 대해 경기 종료 후 안정환은 “이대로 끝을 낸다. 심판 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심판이 반 골을 넣은 거나 마찬가지다. 왜 그런 판정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라며 강하게 소리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24일에는 멕시코와의 2차전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대표팀은 멕시코에 1대2로 졌지만, 역습과정이 스웨덴 전보다 상대적으로 날카로웠다.

이날 안정환은 경기가 시작하자 “월드컵이란 대회는 한번 경기를 패하면 평생 다리 뻗고 잘 수 없다”고 굳은 목소리로 말하며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했다.

전반 초반 선수들이 투지있는 모습으로 거칠게 멕시코를 몰아붙이자 “비신사적인 플레이가 아닌 이상 강하게 압박하며 지저분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이어 안정환은 후반 21분 치차리토에게 추가골을 내줄 때 중앙수비수 장현수가 태클을 한 것에 대해 “태클은 무책임한 회피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에 손흥민의 중거리 슛으로 이번 대회 대표팀의 첫 골이 터지자 그는 “우리 선수들 할 수 있다. 지쳤지만 2분만 더 초인적인 힘을 내보자”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국 대표팀은 손흥민의 추가골로 0패를 면하긴 했지만 멕시코에 2대1로 패했고 안정환은 “왜 스웨덴전에 이렇게 못했나요”라며 아쉬워했다. 이같은 멘트는 막판 투지와 활동량을 스웨덴전서 보여줬다면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한국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 코멘트였다.

스웨덴전을 시작으로 독일전까지 안타까운 심정과 격려가 뒤섞인 안정환 위원의 외침은 늦은 새벽시간 온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진정한 ‘공감 해설’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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