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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아가씨다. 가녀린 체구에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오밀조밀 들어가 있다. 천생 여자 같은 외모이지만, 씩씩하다. 드라마 속 차분한 분위기와 달랐다. 활기찬 에너지가 공간을 채웠다. MBC 주말 미니시리즈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의 한소희였다.
‘돈꽃’은 한소희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처음 본 드라마 오디션이 데뷔작이 됐다. SBS ‘다시 만난 세계’(2017)다. 종영 후 곧바로 ‘돈꽃’에 합류했다. 종영을 4회 앞둔 가운데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청아그룹의 장손인 장부천(장승조 분)의 내연녀 윤서원. 나모현(박세영 분)과 결혼한 장부천 앞에 아들과 함께 나타나면서 파란을 일으킨다. “언니”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나모현에게 접근해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에 신인이 기용됐다. 제작진에겐 일종의 모험이었다. 한소희는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로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신선한 마스크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차례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한소희는 “제가 해석한 캐릭터와 PD님의 해석이 잘 맞아 떨어졌다”면서 “신인이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혼모란 설정은 숙제였다. 한소희에게 모성애는 윤서원을 이해하는 키워드였다.
“윤서원은 어린 나이에 덜컥 임신을 해요. 가족 하나 없는 외로운 인생이었는데 하정이란 가족이 생겼죠. 울산에 계신 엄마에게 도움을 얻었어요. 엄마는 20대 초반에 장녀인 저를 임신했는데, 무섭기도 했대요. 그렇게 윤서원이 느꼈을 감정들을 따라가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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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원은 무서울 게 없어요. 장부천이 칼을 휘두르지만, 실제 죽이지 않을 걸 알고 있죠. 다만 사랑했던 사람이 칼을 들이댄다는 게 충격이었을 거예요. 정말란은 아이까지 제거한다고 말하잖아요. 윤서원에게 하정이는 전부거든요. 끝까지 지키고 싶은 존재죠. 장부천에겐 상처를 받았다면 정말란에겐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훨씬 무섭죠.”
‘돈꽃’에는 장혁을 비롯해 이순재, 이미숙, 선우재덕, 박정학 등 베테랑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갓 데뷔한 신인 한소희에겐 ‘하늘같은’ 선배들이다. 기죽진 않았느냐고 물으니 “제가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준다. 선배들에게 존중 받는단 느낌이었다. 덕분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라고 답했다.
매주 일요일 진행하는 대본리딩의 힘이 컸다. 대본리딩 후 서로 의견을 나누는 회의가 이어졌다. 2~3시간 남짓이었지만, 매주 시간이 쌓였다. 작품의 완성도와 구성원들의 친목으로 이어졌다. 경력이 길지 않은 한소희에겐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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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는 4년 전 서울로 왔다. 구체적 목표보단 사회생활을 빨리 해보고 싶단 의욕이 앞섰다.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한 부모님은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호프집, 카페, 옷가게 등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다. “지금도 고정 수입이 없으면 조금 불안함을 느낀다”는 말에서 강한 생활력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사진을 전공한 지인의 졸업 포트폴리오에 모델로 나섰다. 결과물은 한소희의 포트폴리오가 됐다. 그것을 시작으로 광고, 뮤직비디오 등 조금씩 일이 들어왔다. 그 사이 연기에 대한 꿈은 점점 커져갔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작품에서 절 발견한 관객들이 ‘쟤 누구야?’라고 하기보다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일단 제가 열심히 잘 해야겠죠. 마지막까지 ‘돈꽃’ 많이 사랑해주세요!”
▷배우 한소희는… ▲1994년 11월 18일 울산 출생 ▲데뷔 2016년 CF ‘CJ 그곳에 가면’ ▲ SBS ‘다시 만난 세계’(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