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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①안석준 FNC 대표 "프로젝트보다 사람"

김은구 기자I 2018.01.17 06:00:00

추천서 '위대한 개츠비'
CJ 시절 BTS 투자는 방시혁에 대한 신뢰
소설 속 배경·캐릭터에는 엔터업계 투영

안석준 FNC애드컬쳐·FNC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미디어콘텐츠 제작 기업 FNC애드컬쳐는 최근 예능 제작사 지니픽쳐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드라마 제작사 필름 부티크 인수, 워너브러더스 영화펀드 참여 등에 이어 또 한번 영역을 넓혔다.

안석준 대표는 지난 1년여 간 FNC애드컬쳐의 이 같은 확장을 진두지휘해왔다. 2016년 11월 FNC애드컬쳐 대표로 부임한 이후 3분기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하며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달 초에 FNC애드컬쳐의 모회사인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로도 선임됐다. 엔터상장사 2곳을 동시에 이끌게 된 셈이다.

“프로젝트보다는 사람을 봅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연예인이나 프로젝트보다 사업을 이끄는 사람의 진정성과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석준 대표는 사업가로서 자신의 원칙을 설명했다. 이미 FNC애드컬쳐 대표로서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달콤한 원수’ ‘란제리 소녀시대’ 등을 제작해 성과를 낸 데다 예능에서도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며느리 모시기’ 등으로 입지를 다진 안 대표다. 지니픽쳐스 인수 발표에 벌써부터 올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 ‘프로젝트보다 사람’ 원칙 심어준 ‘위대한 개츠비’

안 대표에게 이런 원칙을 만들어준 책이 있다. 미국 문학의 고전이자 가장 미국적인 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였다.

“처음 읽었을 때는 위인전 같은 느낌이었어요. 책에 담긴 개츠비의 어린 시절 노트 속 생활계획표를 보며 성공하려면 어려서부터 계획을 잘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10대 청소년기에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안 대표가 접한 개츠비의 인생, 여자 주인공인 데이지에 대한 사랑과 집념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사람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책에는 오전 6시 기상부터 웅변연습, 발명에 필요한 공부까지 개츠비의 하루 일과가 촘촘이 적혀 있다. 또 ‘시간낭비하지 말것, 매주 교양서적 혹은 잡지 읽기, 매주 3달러 저축’ 등의 결심도 담겼다.

안석준 FNC애드컬쳐·FNC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신태현 기자)
안 대표는 FNC애드컬쳐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는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다. 당시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설립자와 방탄소년단 프로듀서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마마무를 만든 작곡가 김도훈 RBW 대표 등에게 투자로 성공의 디딤돌을 제공했다. 판단의 기준은 역시 자신의 원칙이었다. 안 대표는 “방시혁 대표는 걸그룹을 제작했다가 실패를 하면서 사업상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들고 온 노트북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구상을 이야기했는데 확신을 갖게 했다”고 회상했다. 안 대표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아이돌이라는 포맷 안에서 결합시켜 팀을 만들어내겠다는 진정성과 비전, 절박함은 충분히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당시 방시혁 대표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터다. 방시혁 대표에 대한 안 대표의 믿음이 있었기에 방탄소년단이 K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로 비상하는 데 남모를 보탬이 됐다. 안 대표는 김도훈 대표에 대해서는 “작곡가이자 제작자로서 잘 나갈 때였는데 한단계 더 뛰어넘고 싶어하는 열정을 확인했다. 자신이 직접 검증한 멤버들로 실력파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 죽은 개츠비는 데이지 원망했을까?

음악 산업에 뛰어들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위대한 개츠비’는 15년 전쯤 다시 읽었고 김영하 소설가가 2009년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은 이후 또 한번 읽었다. 청소년기와는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와 몰입도가 달랐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 미국 동부에 투영이 됐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전통적인 부호들이 사는 이스트 지역과 신흥 부자들이 사는 웨스트 지역이 대조를 이룬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전통적인 재계의 관계도 엇비슷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부를 축적한 인물들은 다른 산업의 편입의 꿈을 키우고,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을 노린다.

안 대표는 “언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위대한 개츠비’ 속 인물들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개츠비처럼 맨주먹으로 시작했고 금주의 시대에 밀주 등으로 돈을 번 개츠비와 달리 정정당당하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제작자도 그렇지만 연예인 중에도 여자 주인공 데이지처럼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인 CJ E&M는 그들을 지원해주며 성과를 내면 됐지만 이제는 그들과 부대끼면서 경쟁을 해야 한다. 음악 비즈니스 전문가라는 자신의 입지를 방송 등의 분야로 넓히고 싶어 글로벌 기업의 제의도 마다한 채 한층 더 치열한 세계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FNC애드컬쳐와 FNC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모두 맡으면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시너지다.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1+1의 결과로 2 이상이 나오는 게 시너지죠. 그 결과가 3이라면 양쪽이 1.5씩 되는 게 가장 좋은 형태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하나가 2, 다른 하나는 1이 아니면 마이너스가 되더라고요. 이처럼 손해보는 쪽을 아우르는 게 제 역할이죠. 그들에게 이번에 희생을 감수하면 향후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인간적인 소통이 중요하죠.”

안 대표는 결정에 대한 온전한 책임도 강조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남을 탓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개츠비가 데이지를 위해 목숨까지 잃잖아요. 데이지는 개츠비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고 여행을 떠나죠. 개츠비가 데이지의 그런 행동을 원망했을까요? 자신이 결정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후회하지 않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안석준 대표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 FNC엔터테인먼트와 FNC애드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1969년 3월생으로 서울대 음대 기악과에서 학사, 뉴욕대 뮤직 테크놀러지과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7년 삼성영상사업단 음악사업부에 입사하면서 음악 비즈니스 전문가로 입지를 쌓기 시작했다. 1999년 제일기획 프로모션 사업부,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 팀장 등을 거쳤다. 2007년 워너뮤직 코리아 부사장, 2009년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를 각각 맡았다. 특히 CJ E&M에서는 하이라이트레코즈, AOMG 등을 인수해 국내 대중음악계에 레이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으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지분투자를 비롯해 기획사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성장에 기여했다. 2016년 11월 FNC애드컬쳐 대표로 취임했고 올해 1월4일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엔플라잉 등 가수와 유재석, 노홍철, 조우종 등 MC 군단, 굵직한 배우들이 소속된 국내 메이저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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