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2018년 다시 행복해 질 것"

주영로 기자I 2018.01.05 06:00:00
김효주가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만나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뒤 팬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김효주(23)가 2018년 새해 시작과 함께 제 자리를 찾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휴식을 끝내고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인근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옥의 40일이 될 것 같다”며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김효주는 “한국에서 투어 활동을 할 때의 스윙과 지난 시즌 스윙을 보니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면서 “4년 전의 스윙은 여유로웠고 몸이 위아래로 움직임이는 게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스윙을 보면 빠르고 급하게 바뀌었고 위아래 움직임도 많아졌다. 깔끔한 맛이 없어졌다”고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했다.

▷‘기술 60, 체력 80, 멘탈 70점’

최근 2년 동안 부진의 원인은 아이언 샷이었다. 김효주는 가장 리드미컬한 스윙을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자로 잰 듯 정교한 아이언 샷은 트레이드 마크였다.

2017년 그린적중률은 69.59%(52위)다. 2016년 66.89%(76위)에 이어 2년 연속 70%를 넘기지 못했다. 2015년 70.25%(32위)였고, 국내에서 뛰었던 2013년에는 74.68%(6위), 2014년엔 78.33%(1위)로 고감도를 자랑했다.

김효주는 “그린에 올라가면 누구보다 빨리 경기를 끝낼 자신이 있는데 그린으로 올라가기까지가 힘들었다”면서 “올해 목표는 그린적중률을 7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약점 보완을 새해 처음 해야 할 일로 손꼽았다.

문제는 감각을 잃어버린 탓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를 대표하는 ‘에이스’의 길을 걸어왔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14승을 올렸고, 2012년에는 고교생 신분으로 한국(롯데마트여자오픈)과 일본(산토리레이디스오픈) 프로대회에서 우승해 ‘골프천재’라는 평가를 들었다.

프로무대에서도 김효주의 활약은 대단했다. 2012년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통해 프로 전향 후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김효주 시대’를 열었다. 특히 데뷔 2년 차이던 2014년 KLPGA 투어에선 한 시즌 최다 상금(12억897만8509원) 신기록을 작성해 신지애(30) 이후 여자골프의 가장 강력한 1인자로 우뚝 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김효주의 명성은 계속됐다. 2014년 비회원 신분으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LPGA 직행에 성공하더니 2015년 파운더스컵, 2016년 바하마클래식 우승으로 세계무대에서도 성공을 이어갔다.

꽃길만 걸어온 김효주에게 2017년은 처음으로 시련을 경험했다. 상금랭킹 38위(49만2408만 달러)는 김효주가 거둔 성적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효주는 졸업을 위해 약 한 달 동안 교생 실습을 하느라 잠시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김효주는 “그런 이유 때문에 부진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변수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흠을 잡을 게 없다. 주변에선 체력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효주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체격이 왜소해서 그렇지 체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면서 “투어 활동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멘탈적인 측면에서도 그는 “시즌 초반 잠시 힘든 시간이 있기도 했지만, 그 역시 아이언 샷이 잘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불안감 정도였다”며 “점수로 치면 아이언 샷은 60점에 불과하지만, 체력은 80~90점, 멘탈은 70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변화 그리고 천천히

김효주는 올해 몇 가지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한연희 감독과 잠시 떨어져 새로운 코치와 훈련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오른 김지현(27)의 스윙코치 안성현(37) 씨를 따라 미국에서 약 40일 동안 전지훈련을 하기로 했다.

안 코치는 골프계에서 강도 높은 지옥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하다. 이런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김효주는 “녹록치 않은 시간이 될 것 같다”면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야 시즌 때 천국같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그는 올해 다시 예전에 쓰던 ‘멘탈노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스포츠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김효주는 “얼마 전 수업을 들으면서 ‘초긍정의 마인드’로 거듭났다”면서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기 위해선 계획과 과정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다시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멘탈노트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주니어 시절부터 경기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고 골프선수로의 희망을 노트에 적어두면서 꿈을 키웠다. 프로가 된 이후 쓰지 않게 됐던 멘탈노트를 다시 꺼내든 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다.

김효주는 2018년을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대신 한꺼번에 모든 걸 되찾기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한 계단씩 올라서기로 했다.

김효주는 “당장 몇 승을 하겠다거나 우승이라는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연습할 때부터 작은 목표를 정해놓고 하나씩 성공해 나가다보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그러다보면 하나씩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서두르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긍정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휴식기 동안 매일 1시간 40분씩 체력 훈련을 실시해온 김효주는 “요즘은 허벅지가 두꺼워져서 바지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어색하지만 단단해진 느낌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효주는 올해 LPGA 투어 4년 차를 맞는다. 2016년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 이후 2년 가까이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그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효주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기억보다 배우면서 아팠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부터 행복한 시간이 펼쳐질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김효주

1995년 7월 14일 생

대원외고-고려대 체육교육과(2018년 2월 졸업 예정)

201~2012년 골프 국가대표

2012년 KLPGA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 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오픈 우승

2012년 10월 프로 전향

2013년 KLPGA 투어 대상, 최저타수상, 신인상

2014년 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한화금융클래식 등 5승

2014년 미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2014년 KLPGA 투어 최더타수상, 상금왕, 다승왕, 대상

2015년 미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우승

2016년 미 LPGA 투어 바하마클래식 우승

2016년 KLPGA 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

KLPGA 통산 9승, LPGA 통산 3승

김효주.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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