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연인'을 위한 3번의 채찍질과 1개의 당근

강민정 기자I 2014.07.05 08:27:17
‘트로트의 연인’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의견이 갈린다. KBS2 월화 미니시리즈 ‘트로트의 연인’은 호와 불호가 명확한 드라마다. 남녀노소 즐긴다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트로트의 연인’은 질적인 면에서 보편적인 수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그 드라마 완전 ‘유치뽕짝’ 아니니?”라는 반응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유치뽕짝’ 안에는 그만의 진심이 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띄고, 좋은 것보단 나쁜 것을 빨리 배우는 세상이라 ‘불호’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트로트의 연인’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도 있다. ‘트로트의 연인’을 위한 세 번의 채찍질과 하나의 당근을 제시했다.

‘트로트의 연인’ 캡쳐.
◇연출, 너무 가버린 B급 정서

방송 초반, 이 드라마는 코믹에 집중했다. 연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편집을 하고, 특정 신을 부각시키거나 죽이는 식으로 기존의 드라마에서 봤던 편집과 차별화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색하다.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컴퓨터 그래픽(CG)과 예능프로그램 효과음 등을 삽입한다. 속된 말로,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순간이다. 간접광고(PPL)를 신경쓴 탓인지 자꾸 시선을 운동화로 내리 꽂는 카메라 앵글도 불편하다.

그야말로 웃기기 위한, 특이한 화면을 위한, 달라보기이 위한, 이런 식의 분명한 목표 달성을 위한 억지 연출이 ‘트로트의 연인’에 기괴한 인상을 안긴다. A급은 물론 B급 정서에서도 한참 멀어진, 수위 조절에 실패한 듯한 연출이 ‘트로트의 연인’ 초반 승기를 놓쳤다.

‘트로트의 연인’ 지현우.
◇에피소드, 뻔하거나 황당하거나

스토리와 스토리를, 캐릭터와 캐릭터를 이어주는 에피소드는 ‘잡식’에 가깝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를 다 모아뒀다. 최춘희(정은지 분)는 엄마의 못다 이룬 트로트 가수의 꿈에 다다를 것이고, 그의 꿈을 이뤄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준 한물 간 톱가수 장준현(지현우 분)과 소속사 샤인스타의 사장 조근우(신성록 분)의 사랑을 독차지할 터다. 질투와 계략, 음모와 이간질로 점철된 방해 공작도 펼쳐지겠으나, 최춘희는 이 또한 극복해낼 터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에서만 뻔한 것이 아니다. 부분 부분을 구성하는 에피소드에서도 황당한 부분이 있다. 더 추락할 곳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준현이 경찰서에서 소취하 합의서에 서명하는 ‘굴욕의 순간’, 책상 앞에 놓인 권총을 훔쳐 자살을 상상한 그를 정신차리게 한 것이 최춘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 한 소절이었다. 트로트를 끔찍하게도 우습게 생각했던 장준현이,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이 최춘희 때문이라고 치부했던 장준현이, 그 순간 아련하게 들리는 최춘희의 트로트 한자락에 개관천선하게 되는 부분은 그야말로 ‘LTE급 감정 변화’다.

‘트로트의 연인’의 신성록.
◇캐릭터, 기승전결의 생략

장준현 캐릭터를 비롯해 ‘트로트의 연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기승전결이 생략된 감정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스타덤에 오른 신성록은 ‘트로트의 연인’에서도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그 힘을 받고있는 조근우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덜하다. 언뜻 대사로는 해외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수재처럼 보이지만 비밀번호 숫자 몇개를 못 외우고 남의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건망증에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도 없어 보인다. 흥미를 자극하는 캐릭터로 반전이나 진짜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설명하고 싶나.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고, 취향은 금새 바뀐다. 매력을 제대로 어필할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잡기 힘들다.

오히려 스스로도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든 매니저 일을 이겨가는 삶을 살아온 설태송(손호준 분)이나 아빠와 언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수 영혼의 최별(유은미 분), 첫사랑의 비밀을 안고 있는 듯한 조희문(윤주상 분), 가수 지망생의 꿈을 안고 있는 4차원 나필녀(신보라 분) 등 극을 뒷받춤해주는 조연의 끈끈한 힘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트로트의 연인’의 정은지.
◇소재, ‘음악=정은지’의 진심

이런 가운데서도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꿰찬 정은지의 연기력은 호평을 받고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리드보컬로 노래 실력에 있어서 여느 아이돌 멤버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혔던 정은지는 최춘희 역으로 음악에 접근하는 진심을 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역시 걸그룹 멤버로서 무대에 서기까지 숱한 오디션과 난관을 뚫었을 터. 에이핑크라는 그룹 역시 많은 수의 멤버들이 고루 팬들의 사랑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그만의 그룹 이미지 색을 구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서로를 밀고 끌었던 에이핑크는 생계형 그룹에서 청순함을 대표하는 국민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정은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실제 가수’라는 리얼리티로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시청자에게 연기적으로 전달하는 감성이 충만한 상황이다. 엄마가 남긴 트로트 앨범 한 장이 ‘가보 1호’고 그 음악을 듣게 해주는 CD 플레이어가 ‘2호’인 최춘희는 정은지라 소화할 수 있었다는 ‘신의 한수’격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트로트의 연인’이 강조하고픈 부분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음악의 진심과 삶의 진정성이었을 터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이라는 말은 ‘개그콘서트’에서나 통하는 태도다. 당장 보여줘야 할 연출의 즐거움, 이야기의 진전, 캐릭터 간 특수성 등 흥미 위주의 포인트가 많겠지만 웰메이드를 향한 롱런을 위해선 초심에 집중하는 마인드가 중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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