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K팝이 세계 각지에 ‘꿈’을 선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공을 위한 ‘K팝 베끼기’가 성행해 저작권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우려도 사고 있다.
베트남 유명 가수인 선똥 M-TP(이하 M-TP)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섰다. M-TP는 현지 인기가 한국에서 빅뱅 지드래곤의 인기와 견줄 만한 스타다. 최근 M-TP는 히트곡들이 기존 K팝 노래의 반주에 멜로디를 살짝 변형한 노래들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몰라패밀리JW의 ‘사랑이 말을 듣지 않아’, 애즈원 ‘모놀로그’, B.A.P 리더 방용국의 ‘아이 리멤버’, 시크릿 송지은의 ‘미친거니’, 플라워 ‘스틸’, EXID ‘매일 밤’ 등의 반주가 M-TP의 노래에 차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M-TP는 ‘사랑이 말을 듣지 않아’, ‘매일밤’을 차용한 노래들로 현지 국립 TV채널 VTV3채널에서 수상을 했다. ‘매일밤’을 차용한 노래는 유튜브 조횟수 28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M-TP가 이 노래들로 음원 다운로드, 휴대전화 벨소리, 컬러링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M-TP는 표절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단지 같은 코드 등 우연의 일치이며 절대 표절한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의 곡도 표절하지 않았다”, “반주는 외국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멜로디는 전혀 달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외에 대만, 중국 등에서도 K팝의 표절 및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의 무단 사용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국의 한 그룹은 엑소의 컨셉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엑소 멤버 크리스가 탈퇴를 선언하자 멤버 한 명도 팀을 떠났고, 백현과 소녀시대 태연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또 다른 멤버가 연애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래뿐 아니라 그룹의 성장사까지 그대로 베끼는 셈이다. 앞서 태국에서 멜로디, 가사, 춤 동작, 복고풍 의상까지 따라한 ‘짝퉁 원더걸스’가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는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11팀이 경합을 벌인 끝에 4인조 걸그룹 씨스타의 커버댄스를 선보인 ‘스타 댄스 팀’이 우승했다. 이번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에 순간순간 의상을 교체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한 6세 여아, 엑소 ‘중독’ 무대를 꾸민 6세 남아 등도 눈길을 끌었다. 7살 장유한은 댄스 스승들과 호흡을 맞춰 임창정의 ‘문을 여시오’를 비롯한 K팝의 퍼포먼스를 완벽에 가깝게 선보인 뒤 “7살이고 베이징에서 왔다”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해 박수를 받았지만 입상을 못하자 눈물을 떨궜다.
소년소녀의 눈물은 당시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어린 나이지만 그 만큼 열정을 쏟았고 이루고 싶은 꿈 앞에서 좌절을 맛본 아픔이 컸다는 증거다. 베끼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7살 소년도 알고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K팝 베끼기’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류의 활성화를 위해 모른 척 했다고 하더라도 더이상 방치해서는 한류 자체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라는 M-TP의 의견에 응우엔 끄엉 등 현지 많은 작곡가들과 프로듀서, 뮤지션들마저 동조하는 것도 또한 문제다. 이들은 M-TP의 행동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터뷰를 공공연하게 해서 ‘해외 비트의 무단 표절을 장려하고 다른 나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저작권협회 측은 이에 대해 “사실 확인 후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현지 저작권 단체들에 이의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