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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파이트] "격투기 해설가? 사업가? 난 악역 프로레슬러"

이석무 기자I 2010.05.29 10:45:05
▲ 악역 프로레슬러 김남훈.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격투기 해설가, 사업가, 방송인, 칼럼니스트, 마케팅 컨설턴트 등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사실 프로레슬러다. 그것도 상대에게 반칙을 서슴치 않는 악역 프로레슬러.

UFC 해설가로 더 잘 알려진 프로레슬러 겸 방송인 김남훈(37)이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프로레슬링 대회 '스매쉬'에 출전한다. '스매쉬'는 미국 WWE 등에서 활약하는 등 일본의 최고 프로레슬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타지리가 운영하는 프로레슬링 이벤트.

이날 경기에서 김남훈은 프라이드FC 출신의 격투가 겸 프로레슬러 쇼지 아키라 등을 상대로 3대3 태그매치를 벌인다. 28일 일본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유창한 일본어로 "쇼지는 이제 한물갔다. 프로레슬링을 그만두고 불고기 식당이나 차려라"라고 도발적인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프로레슬링은 사양산업이 된지 오래다. 고 김일 선생이 활약하던 시절의 추억을 먹고 살 뿐 지금은 대회 조차 거의 열리지 않는다. 간신히 명맥만을 이어갈 뿐이다.

김남훈에게도 프로레슬링은 어찌보면 악몽과 같은 굴레일지도 모른다. 프로레슬링 훈련을 하다가 링에서 잘못 떨어지면서 그만 큰 부상을 입어 오랜기간 하반신마비 증세까지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프로레슬링을 포기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러가지 본업을 제쳐두고 수입 조차 마땅치 않은 프로레슬링에 가장 열정을 보이고 있다.

과연 무엇이 그를 링에 붙잡아두고 있는 것일까. 그 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한다.

- 이번에 프로레슬링 대회 출전하게 됐다. 어떤 대회이며 상대는 누구인가
▲WWE 출신의 세계적인 프로레슬러 타지리가 만든 '스매쉬'라는 단체의 대회다. 이 단체는 프로레슬링과 종합격투기 두 사업을 모두 한다. 종합격투기는 '딥'과 제휴를 맺고 있고 프로레슬링은 타지리가 직접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오는 29일 '스매쉬 3'대회에서 오퍼가 와서 참전하게 됐다.

- 상대는 유명한 격투가인 쇼지 아키라라고 들었다.
▲그렇다. 쇼지 아키라는 프라이드에서 뛰었던 일본 최고의 격투기 선수 출신이다. 원래 싱글로 경기할 예정이었는데 태그매치로 바뀌었다. '프라이드 파이터 대 UFC 해설자의 대결'로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다.

-사업가, 방송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레슬링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레슬링은 하나의 삶의 테마이다. 운명인 것 같다. 수입과 관계없다. 프로레슬링 때문에 들였던 시간이나 피해도 많지만 대신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많다. 프로레슬링은 버릴 수 없다. 이번 경기만 하더라도 타지리는 내가 존경하는 선수다. 한 무대 서는 것만도 기쁘게 생각한다

-2005년 큰 부상을 당해 하반신 마비까지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반신 마비 이후 회복해 링에 돌아온 뒤에도 2년 동안 로프반동을 못했다. 로프반동 없는 프로레슬링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하지만 그 때는 로프로 뛰어가는게 너무 무서웠다. 목을 다치면 또 마비가 올까봐 그랬다. 링 중앙에서 로프까지 2, 3발자국 밖에 안되는데 그게 무서워 못뛰었다. 그러다 작년 봄인가에 처음 했다. 그 때가 제일 뜻 깊었던 같다. 경기 4시간 전에 아무도 없을 때 링 주변을 열심히 뛰면서 로프반동 시뮬레이션을 했다. 한번 부상을 입으니 공포가 더 ㅡ더라.

-프로레슬러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프로레슬링은 승패를 넘어 다른게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악역레슬러다. 링에서 잔혹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링 밖에선 남들과 똑같이 세금내고 사는 일반인이다. 진짜 악당은 아닌데 이 사람이 왜 그럴까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배우처럼 설득력이 있는 악역을 보여주고 싶다. 그냥 난폭하고 사람을 괴롭히는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악역이 돼 경기를 하고 싶다.

-프로레슬링이 침체가 너무 오래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프로레슬링에 젊은 축의 선수는 이제 10명도 안된다. 아쉬움을 느낄 단계는 지난 것 같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4대 스포츠가 국민들 마음과 관심을 사로잡았다. UFC 등 격투기 들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현재 상황 인지하고 새로 타개책 찾아야 한다.

-프로레슬러로서 재미있었던 혹은 씁쓸한 기억이 있다면
▲나름대로 방송도 제법 하고 사업도 하면서 책도 냈다. 어디가면 사장님, 위원님,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프로레슬링 경기장에 가면 "임마 열심히 해"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장 천시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럴때면 왜 그럴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결국 내가 못난 것도 있지만 프로레슬링 인식이 너무 다르구나라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악역 레슬러로서 가장 심한 반칙은 무엇인가
▲형광등으로 상대 선수를 테러한 적이 있었다. 물론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상대 선수를 길가에서 형광등으로 가격한 뒤 그 장면을 UCC 동영상으로 찍었다. 물론 그때 깨졌던 형광등 유리는 모두 빗자루로 쓸어담았다.

-레슬러 인생 외에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작년 초부터 강연을 많이 하고있다. 요즘 20대들을 힘이 빠졌다고 해서 '탈력세대'라고 이름을 붙이는데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20대는 어정쩡한 시기다. 하드웨어는 완성됐는데 정신적으로 미완성됐다. 흔히 자신감을 잃기 쉬운데 자신감 갖고 세상사는 방법을 알려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이다.

-UFC 해설을 3년 가까이 하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
▲격투기 해설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다. 자기 인생의 낭비 없이 멋지게 살아온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해설한다는 것은 남자로서,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최고의 경험이었다. 우연찮게 격투기 해설에서 하차하면서 프로레슬링 오퍼가 들어온 것을 보니 프로레슬링이 내 천직이기는 한 모양이다.

-UFC 해설을 하면서 가장 기억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또 가장 마음아팠던 경기는 무엇인가?
▲역시 김동현의 데뷔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크매치 제 2경기였는데 제 1경기부터 중계를 하느라 6시간 넘게 생중계를 했다. 죽는 줄 알았다.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던 순간이었다. 반면 데니스 강이 마이클 비스핑에게 패할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당시 데니스 강이 1라운드에 다운을 빼앗고도 2라운드에 역전 KO패를 당하자 그 자리만큼은 해설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싫더라. 차라리 꺼버렸으면 했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인데 아는 사람이 두드려맞는 것을 해설하려니 너무 괴로웠다.

-'전세계에서 안티가 많은 해설자'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붙이고 다녔다. 프로레슬링도 악역이고 격투기도 악역이라는게 부담스럽지 않았나
▲처음 해설을 시작했을 때는 비난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사실 다른 해설자들과 달리 난 팬들과 굉장히 가까운데 있었다. 다른 분들은 성격상 팬들의 반응에 대한 리액션이 없었다. 하지만 난 달랐다. 부족한 게 있으면 캐치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각종 포탈사이트 및 인터넷 등에 칼럼을 80개 이상 썼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악플이 너무 많이 붙더라.

UFC를 처음 했을 때와 비교해 최근에는 시청률이나 인지도면에서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아졌다. 해설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방송인으로서 악플은 좋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그만둔다니까 아쉬워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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