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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향한 아시아의 선전포고...800억 대작 '적벽대전'의 의미

김용운 기자I 2008.07.03 08:21:27
▲ 적벽대전(사진=쇼박스)

[베이징(중국)=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2일 오후 2시 중국의 수도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호텔에는 300여 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80년대 후반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기를 열었고 이후 할리우드로 진출해 ‘브로큰 에로우’,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를 연출한 오우삼 감독의 신작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에 대한 중국 내 기자회견이 열렸기 때문이다.

‘적벽대전’은 한국의 쇼박스 및 중국의 차이나 필름 코포레이션과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대만의 CMC 등 다국적 투자사들이 모여 역대 아시아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인 8천만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약 800억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사실, 할리우드 기준으로 봤을 때 8천만 달러의 제작비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제작비용은 이미 평균 2억 달러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스파이더맨’ 이나 ‘매트릭스’ 시리즈는 제작비가 3억 달러를 상회했다. 따라서 ‘적벽대전’의 제작비만으로 봤을 때 최근 동시제작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할리우드 시즌제 블록버스터에 비해서는 아직도 미비(?)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800억원은 의미가 있는 수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북미권에서만 최소 1억에서 2억 달러 정도의 흥행수입이 보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DVD를 비롯한 부가판권시장 역시 극장 시장보다 더 크다. 3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도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권에는 불법복제 등으로 인해 부가판권 시장이 미비하고 전체 극장 수입의 규모도 북미권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800억원이란 제작비는 아시아 영화에서는 ‘거대한 모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하면 제작비 조차도 건질 수 없는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적벽대전’의 흥행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 중국내 기자회견에 참석한 쇼박스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약 35개국에 선 판매가 된 상황이다”며 “중국에서도 지난 연말 개봉해 6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영웅’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한 펑샤오강 감독의 ‘집결호’보다 더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 내 언론도 ‘적벽대전’이 아시아 영화의 자부심을 보여줄 것이라며 고무된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2일 기자회견장에 오우삼 감독을 비롯해 양조위 금성무 장첸 장풍의 조미 린즈링 후준 등 출연배우들이 등장하자 현장에 있던 중국인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적벽대전’의 포스터가 시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고, CCTV를 비롯한 중국내 TV에서도 '적벽대전'의 예고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방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적벽대전’은 단순한 블록버스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적벽대전’의 결과에 따라 향후 아시아권 국가들의 다국적 합작은 더욱 늘어나거나 혹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벽대전’이 일차적으로 목표한 중국 내 흥행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둘 경우 아시아 합작영화는 할리우드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오우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적벽대전’은 전세계 관객들에게 우리의 재능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이다”며 영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적벽대전’ 식으로 풀이하면 아시아 여러 나라가 촉나라와 오나라처럼 동맹을 맺고 100만 대군의 위용을 자랑하는 조조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정면으로 대적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그 선전포고가 승리로 끝날지 패전으로 끝날지 아직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적벽대전'이 향후 아시아 영화산업 있어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삼국지에서 '적벽대전'의 승패로 인해 유비와 손권 조조의 운명이 바꾸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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