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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KS에서 이 1, 2차전을 모두 따낸 팀이 최종 시리즈 우승까지 이어진 확률은 90%(20번 중 18번)에 이른다. 통계적으로만 보면 KIA가 통합우승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삼성 입장에선 1차전 도중 내린 비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잘 던지던 에이스 원태인이 최소 2이닝 정도 더 책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로 경기는 중단됐다. 원태인도 공 66개만 던진 채 강제 강판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틀 뒤 23일 재개된 경기에서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1-5 역전패했다.
1차전 패배 여파는 경기 종료 후 1시간 여 뒤에 열린 2차전까지 이어졌다. 1차전에서 구원투수를 소모한 삼성은 2차전에서 처음부터 불안했던 선발 황동재를 과감하게 빼지 못했다. 5점이나 허용할 때까지 마운드에 놔뒀다.
황동재가 1회도 버티지 못하고 ⅔이닝 5실점 한 반면 뒤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은 남은 7⅓이닝을 3실점으로 막았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물은 없어졌고, 경기는 끝났다. KIA는 2승을 거둬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반면 삼성은 2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희망이 있다.
KS 3차전과 4차전은 25·26일 삼성의 홈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한국의 쿠어스필드’라 불릴 정도로 홈런이 많이 나온다. 직선 형태로 제작된 외야 펜스 특성상 좌중간 펜스 거리가 짧다. 홈런타자가 즐비한 삼성 입장에선 안방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광주에서 1승1패를 목표로 했지만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대구에서는 장타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확률은 낮지만, KS 1, 2차전에서 패한 뒤 뒤집기 우승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2013년 삼성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두 팀의 공통점은 상대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점이다.
SK가 2007년 KS에서 홈 1. 2차전을 내준 뒤 이후 4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3차전 6회 공격이 결정이었다. 당시 두산이 한 이닝에 실책 3개를 쏟아내면서 자멸했다. SK는 이를 발판삼아 3차전을 잡은 뒤 기세를 이어가 6차전까지 네 경기에서 내리 이겼다.
2013년에는 삼성이 대반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1, 2차전을 내준 삼성은 3차전에서 두산의 판단미스를 등에 업고 3-2 승리를 거둬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그 경기에서 4회초 코치가 두 차례나 마운드에 오르는 실수를 저질러 잘 던지던 선발투수 유희관을 일찍 교체하는 우를 범했다. 이후 두산 수비진의 실책도 삼성의 부활을 도왔다.
삼성은 4차전에서 패해 1승 3패에 몰렸지만 이후 배영수, 릭 반덴헐크 등 주축 투수들을 남은 경기에 모두 쏟아붓는 초강수를 둬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이뤘다.
2연패에 몰린 삼성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선 KIA의 작은 실수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1차전 패배가 2차전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마이너스 1개라고 생각하고 잘 쉬고 재정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KIA도 2승을 먼저 했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제는 체력전이다. 한 경기가 몇 경기 치른 것 같은 느낌이 올 것이다”며 “3차전 가면 체력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 것들을 잘 챙겨가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IA는 3차전 선발로 외국인투수 에릭 라우어를 선발로 예고했다. 8월에 대체선수로 한국에 온 라우어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삼성전에는 단 8월 11일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한 차례 등판했지만 3⅓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은 3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를 예고했다. 레예스는 LG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6⅔이닝 4피안타 3실점 1자책), 4차전(7이닝 3피안타 무실점) 선발승을 따내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올해 정규시즌에선 KIA와 3차례 맞붙었지만 2패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