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혜선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감독 자격으로 BIFF에 초청받은 구혜선은 지난 1일 영화제 전야제부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커뮤니티 비프 주요 행사 등에 참석하며 관객들과 열띤 소통 중이다. 그의 단편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이 올해 커뮤니티 비프 부문 초청작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구혜선’은 뮤직 드라마 형태의 다큐멘터리다. 지난 2012년 구혜선이 제작, 감독한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 ‘복숭아나무’가 ‘그리고 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또한 구혜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축소한 형태로 러닝타임 15분의 단편영화다.
구혜선을 첫 장편 영화 ‘복숭아나무’를 비롯해 지난 17년간 장편 3편, 단편 5편 등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구혜선은 애정을 갖고 만든 영화들이 기대만큼 대중에 선보여지고, 흥행하진 못했지만 일단은 지금까지 잘 버텨낸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연출의 매력을 묻자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대답했다. 구혜선은 “저는 평소에 완전 아웃사이더다.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도 실제 함께하는 친구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내성적인데다 다른 연예인들처럼 끼가 많은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영화할 때 만큼은 세상 ‘인싸’(인사이더)가 된다.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래서 영화를 찍으며 만나신 분들은 제가 내향적이라고 말하면 놀란다”고 털어놨다.
함께 영화를 찍는 스태프들과도 10년 이상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고. 구혜선은 “스태프분들도 저와 오래 영화를 찍으셨다. 모든 스태프들이 저랑 기본 10년 이상 한팀으로 일해왔다”며 “평소엔 ‘인간들 진짜 싫어’ 생각하곤 하는데, 영화 찍을 때 스태프분들과는 진짜 소통이 잘 된다.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 만큼은 그분들과 함께 내가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어서, 그게 되게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내가 우두머리 기질이 있구나, 리더십이 좀 있구나를 영화 연출하면서 새롭게 깨달았다”고도 덧붙였다.
본업이 배우였던 만큼 연기에 대해 느끼는 갈증은 없을까. 구혜선은 “사실 내 작품엔 내가 출연도 한다”면서도, “연기에 대한 갈증은 많지만, 요즘은 산업이 완전 변했지 않나. (연기로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감을 못 찾고 있다. 다른 감독님과 작품 연기를 안 한지 10년 정도 됐다”고 고백했다.
과거 드라마를 여러 편 촬영하며 겪은 괴로움도 털어놨다. 구혜선은 “저는 당시 작품 들어오면 ‘죽었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몇 개월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내가 ‘내가 아닌’ 상태로 일상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안 그런다더라. 당시 드라마 연기했을 때의 기억은 늘 공포였다. 너무 힘드니까 고문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현재 감독으로서 배우들을 대할 때도 자신은 늘 일찍 촬영을 끝내는 감독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구혜선은 “저는 감독으로 영화배우들과 작업할 땐 오히려 배우들이 ‘왜 이렇게 촬영이 일찍 끝나냐’고 묻는 편이다. 다른 영화하시는 분들도 저한테 ‘하루에 열 신을 어떻게 찍냐’ 하시더라”며 “영화를 드라마 찍는 속도로 빨리 찍으니까, 하루 한 두 신 끝내기도 어려운데 ‘이래서 영화가 돼?’라고들 물으시더라. 효율적인 면에선 장점이라 생각한다. 내가 자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 잠도 자게 하고, 저로선 한 테이크에 ‘OK’ 사인을 보내는데 오히려 배우들이 왜 ‘OK’냐고 묻더라. 배우들이 먼저 원해서 테이크를 몇 번 더 간 적은 있지만 거의 늘 첫 테이크에 끝난다. 실제 배우들의 연기도 첫 테이크의 느낌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