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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 인기 대회인 WM피닉스 오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고성’과 ‘맥주’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에서 막을 내린 WM 피닉스 오픈은 올해도 흥행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매 라운드가 악천후로 순연되는 등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웠음에도 수십만 갤러리가 운집했다. 대회 주최측이 2019년부터 입장 관객을 집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관중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마지막 날에도 갤러리가 코스 가득 메워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역대 최다 관중은 2018년 기록한 79만1000명이다.
이 대회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독특한 응원 문화 덕분이다. 조용하게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일반 골프대회와 달리 WM피닉스 오픈의 16번홀에선 시끄럽게 떠들고 환호하고 함성을 질러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골프 해방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다음으로 WM 피닉스 오픈을 대표하는 게 ‘음주’다.
PGA 투어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물며 국내에서 열리는 프로골프대회에서도 술 판매를 금지하거나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 대회는 없다. 오히려 그런 대회를 찾는 게 더 어렵다. 그만큼 맥주 등의 술을 마시며 경기를 관전하는 분위기는 골프대회에서 흔한 풍경이다.
다만, WM피닉스 오픈에서만 ‘음주’를 허용하는 것처럼 포장된 이유는 16번홀의 독특한 응원 문화와 어우러진 현상 때문이다. 크게 소리치며 응원하는 팬들의 손에 맥주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일반 대회 때는 이런 갤러리의 모습을 TV 화면으로 잘 비추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대회에서만 음주를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PGA나 LPGA 투어 대회장에서 갤러리가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코스 중간에 맥주를 파는 트럭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거나 주류 회사가 후원하는 대회에는 아예 코스 안에 간이 펍(Pup)을 만들어 술판을 벌일 때도 있다.
WM 피닉스 오픈은 여러 서브 스폰서가 참여하고 있는데, 세계 3대 맥주 회사로 알려진 쿠어스도 그 중 하나다.
맥주로 유명한 대회가 또 있다.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열리는 마스터스다. 맥주잔이 대회의 기념품 역할을 한다.
마스터스 대회장에선 4달러짜리 맥주를 주문하면 초록색이나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준다. 다 마신 맥주컵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챙기는 골퍼가 적지 않다. 플라스틱 컵에는 마스터스 로고와 연도가 표기돼 있어 이를 기념품 대신 수집하기도 한다. 주최 측에선 이 컵만을 따로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도 한다.
올해는 WM 피닉스 오픈 기간엔 오히려 잠시 술 판매를 금지해 소동이 벌어지지도 했다.
대회 둘째 날 16번홀에서 경기를 보던 관중이 스탠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아찔한 순간이었기에 갤러리 통제를 위해 술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일부 팬들은 “맥주를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고 코스로 뛰어들기도 하면서 관중 입장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