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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는 선수의 가치를 뜻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 가치에 방점이 찍힌다. 지금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늘날 세계 축구를 이끄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는 생각보다 이적가치가 낮다. 독일 통계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가 평가한 예상 이적료는 3500만유로(약 502억원).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메시의 실력이나 이름값에는 걸맞지 않다. 만 36살에 이르는 나이 때문이다. 같은 실력이라도 30살 선수보다 22살 선수가 훨씬 이적가치가 높다.
이적료는 구단끼리 주고받는 돈이다. 선수 가치를 뜻하는 것은 맞지만, 그 돈을 선수가 챙기는 것은 아니다. 선수는 구단과 별도의 연봉 협상을 벌인다. 다만, 구단과 선수의 계약에 따라 이적료의 일정비율을 선수가 챙기는 예도 있다.
축구 이적료의 기원은 ‘축구 종가’ 영국이다. 1880년대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선수들의 무분별한 이동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기록에 따르면 1893년 웨스트브롬에서 애스턴 빌라로 이적한 월리 그로브스의 이적료는 100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7만원 정도였다. 초창기 이적료는 수수료 개념에 가까웠다.
10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이적료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폭등했다. 축구의 세계화가 결정적이었다. 오늘날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경쟁의 범위가 유럽을 넘어 미국, 중동, 중국 등까지 확대됐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구단이 돈을 버는 방법과 규모가 커진 것도 이적료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관중 입장료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니폼 판매, 스폰서 광고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챙긴다.
특히 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려 각 구단은 엄청난 TV 중계권료 수입을 벌어들인다. 더 많은 축구팬과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큰돈을 들여서라도 더 멋지고 잘하는 스타선수가 필요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의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4년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 입단할 당시 이적료는 760만달러(약 100억원)였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세계 최고 액수였다. 당시 축구계는 치솟는 선수 몸값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마라도나의 이적료는 귀여운 수준이 됐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나폴리는 마라도나와 함께 두 차례나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들인 돈의 몇 십배 효과를 챙겼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프랑스)은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당시 최고 금액인 이적료 7500만유로(약 1076억원)를 기록했다. 당시 언론에선 ‘축구가 미쳤다’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적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2016년에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유벤투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팀을 옮기면서 이적료 1억유로(약 1434억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23년 6월 기준 이적료 1억유로 이상 기록한 선수는 총 14명이다. 1위는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다. 네이마르는 전성기를 누리던 2017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새 둥지를 틀면서 2억2200만유로(약 3185억원)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했다.
이 금액은 네이마르의 바이아웃 금액이었다. 바이아웃이란 원소속 구단과 협의 없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금액 조건을 의미한다.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이같은 바이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네이마르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해도 이 돈을 주고 데려갈 팀은 없다고 모두가 믿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뒤집어졌다. 카타르의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PSG는 기꺼이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돈보따리를 꺼냈고 네이마르의 이적이 성사됐다. 이 금액은 이적이 이뤄진 이후 6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역대 최고 이적료다.